국제 정치·사회

[美 '대선개입' 러에 초강경 보복]러시아 맞대응 자제...트럼프에 공 넘긴 푸틴

트럼프 "좋은 일로 넘어갈때"

대선개입 시각에 극도의 불만

푸틴 절친 틸러슨 국무 곧 인준

미러 신냉전 기류 보이지만

취임후 관계 회복의 길 들어설듯

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e메일 해킹 혐의를 들어 외교관 추방 등 초강경 보복조치를 단행한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러시아대사관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차량을 검사하고 있다.    /워싱턴DC=신화연합뉴스미국 정부가 러시아에 e메일 해킹 혐의를 들어 외교관 추방 등 초강경 보복조치를 단행한 29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위치한 러시아대사관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차량을 검사하고 있다. /워싱턴DC=신화연합뉴스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9일(현지시간) 지난 11월 대선 때 e메일 해킹 등으로 내정에 개입한 러시아에 외교관 추방과 정보기관 자산 동결 등 초강경 보복조치를 단행한 데 대해 러시아 정부는 즉각 반발하면서도 일단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보기로 했다. 미국의 제재와 러시아의 경고로 확대되고 있는 신냉전 기류가 회복될지 여부는 이제 트럼프 당선인의 손으로 넘어갔다.

30일 러시아 언론인 스푸트니크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35명을 추방하겠다는 결정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미국 외교관들과 문제를 만들지 않고 아무도 추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담당은 미 정부의 제재조치 발표 후 “이런 제재는 사실무근으로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혐의와 비난을 거부한다”면서 “상호원칙에 근거해 적절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맞대응을 선언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을 내린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가 불과 20여일밖에 남지 않은데다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인정하지 않고 친러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맞대응을 자제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를 3주밖에 안 남긴 가운데 양국관계를 악화시키는 섣부른 행동을 했다”고 지적하며 친러 성향의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러시아에 대한 제재들이 뒤집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승리가 러시아의 개입으로 이뤄졌다는 시각에 극도의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가 러시아 제재를 놓고 “우리는 우리 삶을 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리를 두고 “이제는 더 크고 더 좋은 일로 넘어가야 할 때”라고 뭉개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속내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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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미 정부가 명백히 밝힌 외세의 대선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을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러시아의 선거개입이 어느 쪽에 유리했는지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면서 “이번 제재는 러시아가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려는 데 대한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의 내정개입 의혹을 분명히 해 트럼프 시대의 대(對)러 관계회복에 경계선을 그은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 같은 오바마 정부의 입장을 무시하며 ‘마이웨이’로 갈 경우 당장 푸틴 대통령과 막역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가 난항을 겪을 수 있고 향후 대통령 업무를 수행하는 데도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민주당뿐 아니라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자체는 용납할 수 없는 사안으로 보고 의회 차원의 조사를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러시아도 관계가 나빠질 대로 나빠진 오바마 행정부와의 갈등을 마냥 증폭시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자칫 갈등이 격화될 경우 크림반도 합병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대러 제재 공조 강화를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페스코프 공보담당은 미 측과의 관계개선에 시간을 둘 것임을 시사하며 “차기 미국 정부와 공동 대응해 양국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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