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의 계절에 홀로 결실의 꽃을 피운 M&A도 있었다. NH-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 컨소시엄이 매각을 성사시킨 동양매직이 대표적이다. NH-글랜우드PE 컨소시엄은 지난달 동양매직 지분 100%를 6,100억원에 SK네트웍스(001740)에 매각했다. 2014년 동양매직을 2,800억원에 사들인지 2년 만에 두 배가 넘는 가격에 되팔았다. 이는 올해 국내 사모펀드(PEF)가 기업을 인수한 뒤 경영 정상화를 통해 다시 되파는 ‘바이아웃’ 거래 최대금액이다. 인수자 선정기준도 업계의 눈높이를 높였다. 인수 이후 사업 시너지 극대화를 중점으로 하고 사업계획과 직원 고용보장 등 정성적 평가에 높은 비중을 두고 인수후보를 물색해 SK네트웍스를 인수자로 최종 낙점했다.
이에 반해 CJ헬로비전(037560)의 매각 무산은 정부 규제가 시장의 자발적 구조조정을 가로막은 대표적 사례로 남게 됐다. SK텔레콤(017670)은 지난해 11월 CJ헬로비전의 경영권 지분을 1조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특별사면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오너의 과감한 결단 덕에 단기간 내 ‘빅딜’이 성사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무려 7개월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M&A를 심사한 끝에 시장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주식취득 및 합병금지’ 명령을 내렸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공정위가 방송통신 분야의 M&A를 불허한 사례가 전무한데다 지금까지 기업결합을 불허한 경우 역시 5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을 통해 산업별 자발적 구조조정을 독려하고 있는 것과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정이었다. IB 업계 관계자는 “포화상태의 방송시장이 대형 M&A를 통해 구조조정될 수 있던 기회를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에 놓치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현상·지민구기자 kim0123@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