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병신년 한해를 마무리 하는 마지막 촛불이 광화문 광장에서 타올랐다. 지난 10월 29일 처음으로 시민들이 거리로 나온 이후 두 달 동안 매주 거리를 밝혀온 수많은 촛불이 올해의 마지막 날에도 예외 없이 이어졌다.
집회 측 추산 60만명(오후 7시 기준)의 시민들이 모인 마지막 촛불집회에서는 ‘조속한 탄핵 가결’과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 외에 정치·사회적인 여러 정책 제안들이 쏟아져 나왔다.
먼저 ‘제왕적 대통령제’를 개선하자는 정치적인 개선 방향이 제시됐다. 페이스북을 통해 결성된 ‘대선 결선투표제 국민운동’은 박 대통령의 퇴진 이후 치러질 대선에 대한 정책 제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들은 정치 제도의 개선이 선행돼야 지금의 적폐를 청산할 수 있다며 앞으로 선출될 대통령은 지금의 제도보다 더 투명하고 공정하게 뽑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동안 첨예하게 맞서왔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문제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에 대한 시민 의견 청취도 광장의 한 쪽에서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스티커를 들고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투표에 임했다. 벌써 다섯 번째 촛불집회 참가라는 직장인 구자운(31)씨는 “성인이 된 순간부터 지금까지 정치 이슈에 대해 무감각한 채 살아왔는데, 이번 촛불집회를 계기로 반성을 많이 했다”며 “사드나 한일 군사 협정 모두 불통으로 정해진 것이기 때문에 원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청소년과 대학생의 전폭적인 참여를 이끌어 낸 것은 다름 아닌 최씨의 딸 정유라 씨의 이화여대 특혜 입학에 대한 문제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시민들은 정치 문제 외에 교육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수술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거리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거나 시민들에게 즉석에서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의 의견을 들은 시민들은 대부분 동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목동에서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는 김용식(56)씨는 “극심한 취업난과 점점 심해지고 있는 빈부격차 때문에 항상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 미안했다”며 “이런 현실에서 ‘성공의 희망’이 돼야 할 교육이 특혜로 얼룩져 있다는 사실에 분노를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부 김영실(46)씨도 “제발 나라에서 무엇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제도인지 먼저 생각하고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소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