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골프 골프일반

최진호 "5년은 거뜬…세 아들이 가장 큰 에너지죠"

KPGA 투어 4관왕 빛난 한 해

내달 우즈 복귀전 초청 출전도

PGA 2부투어 퀄리파잉 재도전

볼만 잘 치는 딱딱한 골퍼보다

갤러리와 소통하는 선수되고파

2016시즌 MVP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포즈를 취한 최진호. /사진제공=KPGA2016시즌 MVP 부상으로 받은 승용차를 배경으로 가족들과 포즈를 취한 최진호. /사진제공=KPGA




프로골퍼 최진호(32·현대제철)는 3형제 자녀를 둔 ‘아저씨’다. 그렇지만 182㎝의 키로 10년 넘게 몸무게 74~75㎏을 유지해온 그에게 아저씨 호칭은 좀 어울리지 않는다.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설렘 가득한 새해를 맞은 최진호를 1일 인터뷰했다. 그는 “내게는 지금이 전성기”라며 “관리만 잘하면 5년은 거뜬히 전성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최진호는 국내 골프계에서 ‘2016년의 남자’로 불렸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서 2승을 올려 상금왕(약 4억2,000만원)과 대상(MVP)을 동시 수상했다. 대상 보너스로 1억원에 고급 승용차까지 받았다. 드라이버 샷 거리 등 5개 부문 기록을 포인트로 환산해 주는 스테이 트루 포인트상과 골프기자단 선정 베스트 플레이어 트로피까지 포함하면 4관왕이다.

2006년 신인왕 최진호가 다시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것은 2015년이었다. 군 복무 뒤 돌아와 불과 세 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그해 상금랭킹 2위에 올랐다. 지난해는 생애 첫 상금왕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생후 100일이 채 안 된 막내 등 세 아들이 가장 큰 에너지란다. “골프에만 너무 빠져서 스트레스 해소에도 서툰 스타일인데 아이들을 보면서 느끼는 행복감이 투어 생활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최진호의 목표는 남다르다. 미국프로골프(PGA) 시니어 투어인 챔피언스 투어에서 활동하는 것이다. 챔피언스 투어는 PGA 투어에서 뚜렷한 성적을 낸 선수가 만 50세를 넘으면 뛰는 곳이다. PGA 투어 경력이 모자라면 퀄리파잉 토너먼트를 통과해야 한다. 술·담배를 하지 않는 최진호는 “너무 높아 보이는 목표일 수 있지만 장기목표를 정해놓아야 그에 맞춰 몸 관리에 소홀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부러울 것 없는 2016시즌을 보냈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만족감만큼 아쉬움이 짙게 남은 한 해였다고 한다. 자신 있게 도전했던 PGA 2부 투어(웹닷컴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 중 대상포진에 걸려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심했던지 멀쩡한 치아가 부서지기까지 했다. 올해도 최진호는 웹닷컴 퀄리파잉에 도전할 계획이다. 더 채워야 할 부분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지에서 온 강자들의 스타일을 보면서 배우는 게 많다는 설명이다.

최진호에게 2017년은 아주 특별한 해다. 초청선수로 꿈의 무대인 PGA 투어 대회에 나간다. 2월 제네시스 오픈이 그 무대. 현대자동차가 타이틀 스폰서로 나서면서 노던트러스트 오픈에서 올해부터 이름이 바뀐 대회다. 최진호는 “어릴 때 갤러리로 현장에서 구경도 했던 대회라 더 설렌다. 대회가 열릴 리비에라CC에서 몇 번 쳐보기도 했는데 몰아치기가 가능한 코스”라면서 “미국 본토대회 출전은 처음이다. 몇 타를 치든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오겠다”고 다짐했다. 이 대회는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PGA 투어 공식대회 복귀전으로 관심이 뜨겁다. 최진호는 “우즈와 같은 대회에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게 생각한다. 스폰서 초청으로 가는 입장이니 대화를 나눌 시간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국가대표를 지낸 최진호는 2005년 데뷔 후 통산 6승을 거둔 국내 투어 간판이지만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2008년에는 지독한 드라이버 입스(샷에 대한 불안증세) 탓에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컷 탈락하기도 했다. 한 라운드에 6개씩 아웃오브바운스(OB)가 나기도 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체력보강 등 기본부터 다시 가다듬고 나서야 감이 돌아왔다. 최진호는 “기술을 늘리는 것보다 중요한 게 체계적인 체력관리라는 것을 그 당시 뼈저리게 느꼈다”고 돌아봤다. 그는 요즘 1주일에 닷새나 피트니스센터를 찾는다. 또 조만간 프랑스까지 가서 리디아 고·안병훈 등을 도운 운동역학 전문가도 만나볼 계획이다.

지난해 시즌 개막전에서 우승한 것처럼 올해도 일찍 시즌 첫 승을 올리고 싶다는 최진호. 그는 “‘볼은 잘 치지만 딱딱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골프는 저와 가족을 위한 생활수단이기도 하지만 대회장은 갤러리 입장에서는 축제의 현장이잖아요. 대회를 찾아주시는 분들과 잘 어울리는 부드러운 선수였다고 기억되면 그보다 좋은 것은 없을 것 같아요.”

양준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관련 태그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