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불공정 게임' 국정교과서?

시범학교에 추가 예산 제작기간도 검정의 2배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시범운용 후 국·검정 혼용 방안이 국정교과서에 매우 유리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년 본격 혼용에 앞서 올해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추가로 예산을 지원하기로 한데다 제작기간도 검정보다 2배 길게 확보해준 것은 불공정한 경쟁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게임의 룰’을 어기고 비정상적인 혜택을 주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희망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연간 1,000만원씩 지원하기로 한 것은 공정한 경쟁을 방해하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상 모든 학교가 하나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국정교과서를 만들 때는 예산을 투입해 일선 학교에서 1년간 시범적으로 사용해본 후 나타난 문제점을 반영한다.


하지만 국·검정 혼용체계에서 국정과 검정이 경쟁하는 경우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교육부의 현장 적용 방안에 따르면 국가가 만든다는 의미에서 ‘국정’이라는 타이틀만 붙었을 뿐 실제로는 기존 7개 검정교과서에 하나가 추가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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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과서 제작업체 관계자는 “국·검정 혼용체계를 확정한 마당에 추가로 연구학교를 지정해 지원하면서 국정교과서 사용을 유도하는 것은 일방적으로 한 쪽에게만 특혜를 주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구학교 시범운영은 교육감들도 다수 반대하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교육감 중 대전·대구·경북·울산을 제외한 13개 교육감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방침이다.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 4조’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 추진, 교과용 도서 검증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예외근거도 두고 있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국정교과서의 불법성, 반교육적 이유가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정교과서 개발에 국정교과서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제작기간을 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국정교과서는 지난 2015년 11월부터 시작해 2년의 개발기간을 거치게 되지만 검정교과서는 정부의 국정화 정책에 따라 2018년도에 맞춘 교과서 개발을 시작도 못한 상태다. 서울시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제작기간과 집필자의 능력 등이 교과서의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공정 경쟁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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