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소기업 전망은 말 그대로 ‘난국(亂局)’이다. 내수 회복이 지연되고 수출이 둔화되면서 중소기업 생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와 정보기술(IT) 소재, 바이오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는 올해 중소기업의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3일 중소기업 전문가들은 올해 전반적인 중소기업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는 5대 산업 구조조정의 여파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보호무역주의 강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영향의 본격화 등 지난해부터 시작된 악재가 태풍급으로 커지면서 중소기업의 어깨를 짓누를 가능성이 높다. 일단 올해는 생존에 주안점을 두고 내년 이후를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신동화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조선·해운 등 5대 구조조정 대상 산업과 보호무역주의의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업종의 전망은 올해도 우호적이지 않다”며 “지난해만 해도 화장품 등 소비재 업종이 중국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서 버텨줬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중국의 보복이 더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지탱할만한 업종을 찾아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성장이 기대되는 업종은 중국에 기대고 있는 업종들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기업들의 설비 투자 수요가 늘어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업종과 중국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는 내비게이션·블랙박스 업종 등을 꼽을 수 있다. 더불어 3D낸드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확산에 따른 IT소재 업종과 신약 개발이 가시화되고 있는 바이오 업종도 성장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마저도 중국의 사드 보복이 심화 된다면 섣불리 큰 폭의 성장을 장담할 수도 없는 처지인데다 중소기업까지 낙수 효과가 생길지 미지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회 인프라 투자를 늘리면서 철강 업종에 희소식이 들려오고 있지만 이 역시 포스코 등 대기업에만 국한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중기 업계에서는 올해 납작 엎드릴 준비만 하고 있다. 생활가전 제조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액을 전년과 비슷하게 유지한 것 만해도 내부에서 대단하다고 평가하고 있을 정도”라며 “올해는 새로운 제품군을 출시해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 데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갈수록 노골적이어서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따라 중소 제조업의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IBK경제연구소가 중소 제조업 3만5,000개를 대상으로 평균 매출액을 계산해 본 결과 2011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2011년 업체당 2억6,440만원이던 매출액은 2013년 2억4,770만원, 2014년 2억4,650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평균 기업당 영업이익도 1억5,500만원에서 1억3,900만원으로 줄었다. 서경란 IBK경제연구소 중소기업팀장은 “2011년 이전까지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양극화가 문제였지만 2012년부터는 중소 제조업 전반적으로 하향 평준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대기업 협력업체보다는 독립 기업이, 법인 기업보다 개인 기업이, 1차 협력 기업보다 2·3차 협력 기업의 성과가 점차 부진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암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내수와 수출을 끌어올릴 투트랙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 원장은 “내수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어 지나치게 적용되는 김영란법의 허용 수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수출 분야에서는 중국에만 의존해선 안되고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새로운 시장으로 전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중소 제조업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기존 전통 산업이 4차 산업 혁명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간접자본(SOC) 개념으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