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글로벌 현장에서] '실크로드 중심지' 시안서 한국을 생각한다

이강국 주시안 총영사

중국의 핵심 전략 '일대일로'

우리도 제대로 알고 대비해야

제주 AIIB 총회, 韓 홍보 기회

기업 생태계 보호·육성도 시급





지난해 9월 하순 중국 간쑤성 둔황에서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1회 실크로드 국제문화 박람회가 개최됐다. 이때 85개 국가와 5개 국제기구에서 대표단을 파견했다. 둔황은 고대 실크로드의 중심지로서 서역과 통하는 길목이었으며, 중국의 3대 석굴의 하나이자 세계적 불교문화의 보고라고 일컬어지는 ‘막고굴(莫高窟·모가오쿠)’ 석굴이 있는 곳이다.


시진핑 주석의 고향에 해당하는 산시성은 일대일로(一帶一路·One Belt One Road) 정책이 나온 후에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15년 2월 시 주석이 산시성을 시찰하면서 “일대일로 전략을 실시하는 주요한 지점이며, 서부 지역으로 개방되는 전진기지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후에 중앙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실크로드 국제박람회, 실크로드 국제예술제, 실크로드 국제관광제 등 수많은 일대일로 관련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해 6월 말 우즈베키스탄에서 행한 연설에서 ‘일대일로’가 다양한 측면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기본 규획과 구도가 거의 완성돼 착실한 이행 및 지속적인 발전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구체적으로는 50여개 국가와 ‘일대일로’ 공동건설 MOU를 체결했으며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 57개 국가가 동참하고,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 국가들 간의 교역액이 1조달러를 넘어 중국 전체 교역액의 25%를 차지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중국 정부는 올 5월에 일대일로 정상회의(명칭: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일대일로로 소프트파워를 제고하고 국제 정치경제의 지도력을 높이려는 의도다. 왕이 외교부장은 지난해 12월 초 개최된 ‘국제정세 및 중국 외교 토론회’ 개막식에서 일대일로 정상회의가 올해 중국의 주요 외교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일부에서는 항저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것임을 공언하고 있다.

관련기사



중국은 정책을 시행할 때 대대적인 선전을 통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어내면서 정책에 대한 도덕적 정당성을 확보해나가고 재원을 집중해 이행도를 높이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성과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상하이 푸둥 개발을 시작할 당시에 허허벌판이었던 푸둥은 오늘날 뉴욕의 맨해튼에 버금가는 빌딩 숲으로 발전했다.

우리 주변국이자 우리의 가장 큰 교역·투자 대상 국가인 중국이 국익에 입각해 대외확장적인 일대일로 정책을 전방위적으로 실시하는 점을 인식하고 대비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첫째는 일대일로라는 중국의 핵심전략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침 AIIB 연차총회가 올 6월에 제주에서 개최되는데, 57개 회원국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국제기구대표, 국내외 금융·기업인 등 2,000명 이상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 금융총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력적인 한국을 알리고 우리 기업들의 인프라 시장 진출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성공적인 행사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해나가야 한다.

둘째는 우리의 먹거리, 기업 생태계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중국은 단시간 내에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기술력이 높은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해외 기업을 인수할 때 기업·정부·은행이 삼각편대를 형성해 돌진한다. 현재 기업인수 대상은 ‘쩌우추취(走出去·Go global)’ 전략과 ‘일대일로’ 정책에 따라 정보통신·생물과학기술·에너지·부동산·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공작기계 기업, 한류 산업, 금융 부문 등의 인수·합병(M&A)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국익에 입각한 대응이 절실한 상황이다.

셋째는 우리가 역동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마음을 다져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말을 꺼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마다 “한국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의해 문제를 해결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몇 년 전 새해 전야제 행사 때의 상하이 와이탄 압사사고를 기억하고 있는 중국 사람들은 대규모 시위가 불상사 없이 끝난 것을 보고 “한국은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기 때문에 잘 해결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최단시간에 민주화·산업화를 이룬 저력으로 하루속히 어려움을 극복해 역동적으로 다시 도약하는 모멘텀이 확보되기를 학수고대한다. 이강국 주시안 총영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