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6일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며 취한 일련의 조치들로 인해 한일 관계는 급격하게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이날 소녀상 설치에 대한 외교적 항의 표시로 주한 일본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는 한편 양국 간 진행 중인 경제·금융 협력까지 중단하는 ‘초강수’를 둔 것은 사실상 한일 관계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날 오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주한 일본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일본 측의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15년 말 양국 간 위안부 합의를 계기로 훈풍이 기대되던 한일 관계는 위안부 합의 1년을 맞아 시민단체가 세운 소녀상으로 인해 급속도로 냉각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일 양국이 국내 정치의 문제 때문에 서로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악순환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일본 정부의 이날 조치로 인해 일본에 대한 국내 여론이 악화되고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조기 대선 모드에 돌입한 상황에서 예비 대선주자들이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한 선명성 경쟁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30일에 부산 소녀상을 건립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이날 “소녀상 설치가 한일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심각한 균열을 냈다”면서 위안부 합의 재협상을 주장했다.
일본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 소녀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데 대한 우익 세력들의 불만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게 된 아베 신조 총리가 국내 정치에 몰려 이번 조치와 같은 ‘초강수’를 둔 것으로 분석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소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정치가 국제화되고 외교정책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진 소장은 “일본이 오늘 취한 조치는 부산 소녀상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한국이 위안부 합의를 저버렸다고 압박하면서 국제적으로 비난하는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라면서 “결과적으로 (위안부) 합의 이행을 서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이며 한국이 이에 대해 어떤 식으로 방어할지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진 소장은 “일본 내부에서는 극단적으로 한국과는 협력하지 않아도 된다, 한국이라는 카드를 버릴 수도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한일 관계는 앞으로 굉장히 어려워져 타협의 길로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2월에 개최하는 방향으로 추진되던 한중일 3국 정상회담 역시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한일 외교당국이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기 위한 전략적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지만 양국이 어느 수준까지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 협의에 앞서 임성남 외교부 제1차관과 스기야마 신스케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이 양자 협의를 가졌지만 부산 위안부 소녀상 문제와 일본 각료들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를 놓고 설전을 주고받으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