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몽골지역 생물자원과 사막화 방지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



‘몽골’ 하면 칭기즈칸이 말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실제로 몽골은 한반도의 7.5배나 되는 광대한 국토를 가진 나라다. 넓게 펼쳐진 대초원과 사막이 산악지형과 어우러져 다양하고 독특한 생태계를 보인다. 우리나라의 멸종 위기종인 큰고니와 독수리뿐 아니라 우리 땅에서는 지난 1996년 이후 관찰되지 않는 상제나비도 몽골에서는 볼 수 있다.

인구의 30%가 유목민인 몽골은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용해온 특유의 생물자원과 이에 관한 전통지식이 풍부하다. 우리나라에서 2,000여㎞ 떨어진 먼 나라지만 생물종 면에서는 한반도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종의 정보를 확보해 공유할 수 있는 가까운 나라인 셈이다.

우리 정부도 몽골 지역의 생물·생태적 중요성을 깨닫고 2011년부터 몽골의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한 공동 연구를 벌여왔다. 몽골 유목민이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생물자원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생물 소재를 발굴해왔다. 그 성과로 항당뇨와 항알레르기, 항산화 분야에서 효능이 우수한 몽골 생물종을 찾아냈으며 몽골 최초의 곤충도감도 곧 발간될 예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몽골의 자연과 생물 다양성은 과도한 방목과 기후변화로 사막화라는 큰 재앙에 직면해 있다. 사막화로 발생한 황사는 한반도는 물론 일본열도와 미국 태평양 연안 지역에까지 피해를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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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기업, 비정부기구(NGO)들은 녹색 숲을 꿈꾸며 나무 심기를 통해 몽골 지역의 사막화 방지 사업을 펼쳐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나무는 초본보다 더 많은 지하수를 필요로 하고 유지관리도 어렵기 때문에 몽골의 토양 수분과 원래의 식생에 맞는 초지를 복원해 사막화를 억제하고 황무지를 복구하는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몽골 역시 고유의 생물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사막화 방지 협력사업을 확대해줄 것을 원하고 있다.

2016년 12월22일 국립생물자원관은 몽골국립대와 ‘사막화 방지를 위한 몽골 초지 복원 연구’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이는 몽골과의 협력관계를 보다 공고히 할 수 있는 기회이자 자원관이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이다. 우리는 수년간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초본을 발굴하고 이를 대량으로 증식시키는 야생초본 연구 및 관리 사업을 수행해왔다. 이러한 경험과 노력을 살려 몽골 지역이 다시 푸르른 초원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 한다. 그리고 이는 몽골의 사막화를 막고 한반도와 일본, 나아가 태평양 지역의 황사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황폐지에 녹색 희망을 피우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세상에 쉬운 도전이 어디 있으랴. 몽골의 사막화 방지와 생물 다양성 보호는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우리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업이다. 이번 협약을 발판으로 몽골 지역의 사막화를 방지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함으로써 우리 하늘을 뿌옇게 뒤덮는 황사 피해도 줄어들기를 희망해본다.

백운석 국립생물자원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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