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거연령 18세로 하향 - 반대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정책본부장

"고3 교실의 정치·선거장화 우려"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18세로 내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두고 찬반양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선거연령 18세 하향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처리하려고 했으나 새누리당 등의 반대로 무산됐다.


선거연령이 18세가 되면 고교 2학년 일부 학생들까지도 올 대선에서 투표할 수 있게 된다. 18세 하향 찬성 측은 과거에 비해 정치적 주체의식이 강화된 18세 연령이 병역·납세 등의 권리·의무를 부여받고 있으면서 유독 선거참여만 제한받는 것은 공화국 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대 측은 많은 학생들이 선거 참여를 원하지 않고 있으며 선거연령을 낮출 경우 대학입시를 앞둔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들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선거연령 만 18세 찬성론’의 핵심은 청소년의 정치참여 확대다. 만 18세가 되면 독자적 판단 능력을 갖고 청소년 유권자층을 대상으로 한 입법과 정책적 관심 제고, 청소년 참여민주주의 가치 함양 등 긍정적 효과를 주장한다.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폴란드와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선거연령을 18세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근거로 제시된다. 물론 참정권 확대와 세계적 추세를 고려해 선거연령 하향 논의는 필요하다. 그러나 선거연령 하향에 대해 기대보다 우려가 앞서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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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고3 교실의 정치·선거장화가 우려된다. 가족과 친구들끼리 모처럼 모일 때 정치이야기를 되도록 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정치성향이나 지지 후보·정당이 달라 좋지 않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물며 성인 간에도 이런 상황인데 한창 수능 등 대학입시를 목전에 둔 고3 교실은 어떻게 변화할까. 지금도 선거철만 되면 졸업식이나 입학식에 정치인들의 참석과 학교운영위원회에 정당인의 참여로 학교의 고민이 크다. 고도의 정치행위인 ‘정치선거’가 교실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학교는 선거철마다 정치 홍역에 시달릴 것이다.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지지와 반대, 공약과 관련한 학생 간의 토론을 넘어선 갈등이 본격적으로 표출될 것이다. 또 정치세력과 연결된 시민·사회세력이 가세한다면 그 후폭풍은 감내하기 어렵다. 차분히 수능과 입시준비에 전념해야 할 고3 교실은 ‘정치 무풍지대’가 아니라 ‘정치 폭풍지대’로 변화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여파는 단지 고3 교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고2·고1 교실에도 미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정치활동은 금지돼 있지만 현재 일부 교사의 정치 이념 수업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더 확산될 수 있다. 교사의 교권과 학생 생활지도권이 약화된 상황에서 일부 학생들의 교실과 학교 내 정치 선동을 선생님들이 나서 차단하기도 역부족이다.

둘째, 국민과 중고생들의 우려 여론도 감안해야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 ‘선거연령 하향 찬성’ 응답이 46.0%, ‘반대한다’는 응답이 48.1%로 조사됐다. 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5 아동청소년 인권실태 연구’에 따르면 중학생(3,629명)·고교생(3,889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 중고생 모두 ‘선거연령 하향 찬성’보다 ‘현행유지 찬성’이 두 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즉 중학생들은 ‘만 19세보다 하향’에 24.9%, ‘현행 만 19세 유지’ 49.5%, ‘만 19세보다 상향’ 6.9%로 응답했으며 고교생들도 ‘만 19세보다 하향’에 23.8%, ‘현행 만 19세 유지’ 55.1%, ‘만 19세보다 상향’ 8.8%로 응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학교의 정치·선거장화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셋째, 학제개편과 민법 개정과 함께 논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만 18세가 대부분 고3이지만 만 18세에 선거권이 부여된 호주나 프랑스 등에서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연령이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의존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선거연령 하향에 앞서 학제개편과 민법상의 성년연령과 불일치하는 문제를 우선 고려해야 한다. 일본도 지난해 선거연령을 만 20세 이상에서 만 18세 이상으로 조정했지만 학생 지도의 어려움이 남아 있다. 문부과학성은 폭력적인 활동은 제한, 금지하고 다른 학생의 학업이나 생활에 지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지침과 방과 후와 휴일이라도 학교 시설을 활용하거나 교내에서는 할 수 없도록 제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학생이 학교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을 찬성, 또는 반대하는 등의 정치적 발언이나 유인물 배포, 1인 시위를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고민과 학습 분위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우려가 깊다.

많은 국민들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 가치를 존중하고 학교만은 정치·이념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연령 하향 문제는 유불리 등 정치논리를 떠나 교육 현실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토하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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