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로 여는 수요일] 어처구니

- 마경덕作

1815A39 시




나무와 돌이 한 몸이 되는 것은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이 다르고

핏줄도 다른데 눈 맞추고

살을 섞는다는 것

아무래도 어처구니없는 일

한곳에 붙어살며 귀가 트였는지,

벽창호 같은 맷돌

어처구니 따라

동그라미를 그리며 순하게 돌아간다

한 줌 저 나무

고집 센 맷돌을 한 손으로 부리다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


근본은 목석(木石)이라도 한 몸이 되어 돌아간다. 시어미와 며느리, 성도 다르고 친정도 다르지만 어처구니 맞잡고 빙글빙글 한 집안을 돌린다. 콩가루가 쏟아진다. 불린 두부콩이 흘러넘친다. 지역도 다르고, 학벌도 다르고, 핏줄도 다른 백 가지 성씨 지닌 사람들 오천 년 손때 묻은 어처구니 맞잡고 한 나라를 돌린다. 빙글빙글 순하게 돌며 고소한 깨 내음 구수한 잣 내음 풍긴다. 누가 어처구니를 빼어 사사로이 아궁이 불쏘시개로 쓰는가?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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