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가구업계 두 거물, 中서 한판 붙는다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밑에서 배워

최양하·손동창 회장 가구시장 두각

한샘·퍼시스 올 中 진출 원년 선언

한샘, 하반기 상하이에 플래그숍

퍼시스는 상반기 일룸 1호매장 열어

중국 시장 기선 잡기 격전 예고

최양하 한샘 회장최양하 한샘 회장




손동창 퍼시스 회장손동창 퍼시스 회장


최양하(69세) 한샘 회장과 손동창(70세) 퍼시스 회장은 묘한 교집합을 갖고 있다. 국내 1위 가구사의 최장수 최고경영자(CEO)와 자수성가한 가구업계 거물이란 수식어가 말해주듯 두 사람은 가구산업 안에서 자기만의 성을 쌓아올렸다. 각자 다른 길을 걸었지만 그들은 한샘이란 접점에서 마주친다.


대우중공업에 다니다 1979년 경력직으로 한샘에 합류한 최 회장은 2004년 이후 줄곧 대표이사직을 수행했다. 삶의 궤적 자체가 한샘이다. 반면 한샘 생산과장이던 손 회장은 1970년대말 싱크대 상판 제조사 한샘산업을 설립했는데 이 회사가 퍼시스의 전신이다. 다시 말하면 한 사람은 조창걸 한샘 명예회장 밑에서 한샘을 국내 1위 가구사로 성장시켰고 또 다른 사람은 한샘을 뛰쳐나와 연매출 2,500억대원의 대형가구사를 키워냈다.

이렇듯 닮은 듯 다른 가구업계 두 거물이 올해에는 중국이란 거대시장을 놓고 한판 대결을 펼친다.

두 사람의 경쟁이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한샘과 퍼시스의 긴장 관계 때문이다. 한샘과 퍼시스는 현재 부엌가구만 빼놓고 모든 영역에서 경쟁하고 있다. 한샘의 텃밭인 가정용 가구시장에서는 퍼시스가 1998년 일룸으로, 또 퍼시스의 주력 품목인 사무용가구 시장에서는 한샘이펙스가 2008년에 비츠라는 브랜드를 내놓으며 진출했다.

흥미로운 것은 한샘이펙스다. 이 회사는 최 회장 지분이 25.6%로 개인 중에서는 가장 많으며 장남인 최우혁씨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퍼시스의 텃밭공략을 위해 사실상 최 회장이 전면에 나선 셈이다.


가구산업 소식에 정통한 관계자는 “속사정은 자세히 알 수 없지만 최 회장과 손 회장이 데면데면하다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한샘이 이펙스로 사무용시장을, 퍼시스가 일룸으로 가정용시장에 진입한 것은 일종의 맞불전략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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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등 가구사인 한샘이 아직까지 가구산업협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도 두 거물 간 불편한 관계 탓이라고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가구산업협회는 퍼시스 주도로 만들어졌고 회장부터 주요 간부까지 퍼시스 출신이 도맡아 왔다.

두 거물이 대륙에서 벌이는 한판 대결을 바라보는 관전포인트는 또 있다.

한샘과 퍼시스는 비즈니스 전략이 판이하다. 한샘은 일찌감치 유통사로의 전환을 선언한 반면 퍼시스는 전통적인 가구제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현대 가구산업은 제조와 유통이 분리된 형태로 운영되는 경향이 짙다. 이케아가 대표적이다. 이케아는 가구사라고는 하지만 생활소품 유통이 총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유통비중이 높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케아 같은 유통공룡이 성공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무대가 중국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은 가구 품질을 결정하는 디자인이나 제조기술 등에서 우리나라를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제가구박람회에 한샘이나 퍼시스, 현대리바트 등 우리나라 메이저 가구사들은 부스조차 내지 못한다. 중국산 외주가구를 주로 취급하는 한샘 입장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침대 매트리스를 제외한 모든 가구를 자체 생산하는 퍼시스가 품질면에서 앞선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한샘은 퍼시스보다 한참 앞서 중국시장에 진출해 터 닦기를 마쳤고 그룹의 외형이 퍼시스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이 장점이다.

한샘은 올 하반기 상하이에 플래그숍을 오픈하고 퍼시스는 상반기에 중국에 일룸 1호 매장을 연다. 출사표는 이미 던져졌다. 묘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샘과 퍼시스 가운데 누가 중국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할 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해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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