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대 한국 복싱의 전성기를 이끈 ‘짱구’ 장정구(54)와 ‘작은 들소’ 유명우(53)가 3·1절을 맞아 사상 첫 대결을 벌인다. 독도에 마련되는 특설 링에서다.
이번 ‘레전드 매치’는 가수 김장훈이 기획했다. 김장훈 측은 1일 “3·1절 특집으로 복싱 팬들에게 꿈의 매치였던 전 세계 챔피언 장정구와 유명우의 대결을 독도에서 개최한다”고 밝혔다. 독도의 기상이 불규칙한 점을 고려해 경기 날짜는 3월1일부터 중순까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기상 조건이 좋은 날을 잡기로 했다. 김장훈은 독도 사랑이 남다르다.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세기의 대국의 벌인 이세돌 9단을 지난해 6월 독도로 초청해 직접 반상의 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사각의 링 대결이다. 장정구와 유명우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복싱 영웅들이다. 둘 다 국제복싱 명예의전당(IBHOF)에 헌액돼 있다. 장정구는 1988년 세계복싱평의회(WBC) 라이트플라이급 15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1983년부터 5년 넘게 세계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통산 전적은 42전 38승(17KO)4패. 필리핀 복싱 영웅 매니 파키아오가 장정구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정도로 복싱계 전설로 통한다. 장정구보다 2년 늦은 1982년 프로에 데뷔한 유명우는 39전 38승(14KO)1패의 전적을 자랑한다.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플라이급 17차 방어(1985~1991년)에 성공하며 한국 프로복싱 사상 최다 방어 기록을 작성했다.
경량급 세계 프로복싱을 양분한 장정구와 유명우는 그러나 현역 시절 대전료 등의 이유로 한 번도 맞대결을 펼치지 못했다. 은퇴 후에도 여러 경로로 시도는 있었지만 성사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둘은 50대가 돼서야 같은 링에 오르게 됐다. 복싱 체육관을 운영하는 장정구와 복싱 프로모터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우는 비인기 종목으로 전락한 한국 복싱을 되살리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전성기 시절 장정구는 변칙적인 경기 운영으로 상대를 교란시키는 스타일이었고 유명우는 정공법으로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유형의 선수였다. 유명우는 “그동안 복싱에 많은 애정을 보여온 김장훈의 제안에 장정구 선배와 뜻을 같이했다”며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들로 힘들어하는 국민에게 위안과 힘이 되고 복싱의 인기를 되살릴 수 있도록 전성기 때의 모습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