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금융규제 풀기' 본격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금융규제 풀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각종 금융규제 완화에 나서며 미국 금융업계를 향해 팔을 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른바 ‘도드-프랭크 금융규제법’으로 불리는 월가 개혁 및 소비자보호법(이하 도드-프랭크법)의 타당성을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침(Directive)에 서명했다고 뉴욕타임스·AP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 명령에 따라 재무부와 금융당국은 120일 안에 도드-프랭크법을 개정할 방안을 제출해야 한다.


도드-프랭크법은 오바마 행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발표한 광범위한 금융규제법이다. 이 법은 대형은행의 자본확충 의무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업무영역 분리, 사각지대에 있었던 장외파생금융상품 거래 투명성 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내 주변에는 멋진 사업을 하지만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며 “이는 은행이 도드-프랭크법 때문에 대출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 행정부에서) 도드-프랭크 법의 상당 부분을 삭제할 것으로 본다”고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재무 전문가가 은퇴 자금 투자에 대해 조언할 때 자사보다는 고객의 이익을 최우선시하도록 한 ‘신탁 규제’에 대해서도 4월 시행을 늦추라는 대통령 메모를 작성했다. 대통령 메모는 행정명령보다는 낮은 단계의 행정지시다. 메모에 따르면 노동부는 해당 규제가 투자자들과 은퇴 서비스업계에 타격을 주지 않는지 재고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같은 일련의 금융규제 완화로 은행이 기업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게 되고 기업은 더 많은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측은 트럼프 행정부의 금융규제 완화 기조에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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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은 “탐욕과 무분별한 생각으로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월가의 은행가와 로비스트들은 샴페인 잔을 부딪치고 있을지도 모르나, 미국 국민은 2008년 금융위기를 잊지 않았으며 오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유세 기간에는 월스트리트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유착 관계를 의심하며 맹비난을 퍼붓다가, 당선 이후 투자은행 출신을 중용하고 규제 완화에 나서는 것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큰 은행들에 맞서겠다고 약속했다”면서 “그러나 이제는 도로 그들의 규칙을 쓰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반기는 기색을 보였다. 존 캐네스 은행연합회 회장은 “다들 (도드-프랭크법이) 아주 약간 이용자 친화적이 되길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도드-프랭크법은 2010년에 이미 제정된 법안이므로 대통령의 행정지시만으로 개정에 나서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도드-프랭크법 공동 발의자였던 바니 프랭크 전 민주당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의회의 동의 없이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규제법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는 없다”며 “명령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고 그저 재무장관더러 읽어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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