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이 전면 중단된 지 오는 10일로 1년을 맞는다. 지난해 초 북한의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광명성호) 발사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독자제재 차원에서 단행된 조치다.
정부는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개성공단 재가동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탄핵정국 이후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야권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재가동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정권교체 시 변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재가동 불가” 입장 고수=통일부 당국자는 7일 언론 브리핑에서 “개성공단 재개 문제가 논의되기 위해서는 북핵 상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개성공단 임금 전용에 대한 대내외적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을 재개한다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 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서는 국제사회에 대한 설득도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2월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면서 그 이유로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으로 지급된 달러의 70%가량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사치품 구입, 당 치적사업에 전용된다는 점을 들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 같은 정부의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는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취한 조치였지만 이후 채택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2270호와 2321호가 되레 개성공단 재가동을 어렵게 하는 족쇄가 돼버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결의 2270호·2321호에 따르면 북한 내 금융기관 및 은행 계좌 신설 및 유지가 불가능해 개성공단 내 우리은행 지점을 통한 임금 지급을 할 수 없게 됐다. 또 정부가 공단 입주 기업들에 공적·사적 금융지원 제공을 할 수 없게 됐으며 북한을 드나드는 화물에 대한 전수 검색이 의무화돼 입주기업들의 활동이 제약을 받게 됐다.
◇정권교체 시 재개 가능성도=그러나 일각에서는 안보리 결의에 예외조항이 있는 만큼 정권의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개성공단을 재가동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개성공단 폐쇄 조치가 안보리 결의에 적시되지 않았고 ‘민생용 예외’에 해당해 재가동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개성공단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며 “집권한다면 즉각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불법적으로 폐쇄된 개성공단은 북한과 협의를 거쳐 신속히 재개돼야 한다”고 말했으며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도 “급작스러운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전략적으로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며 재개 필요성을 시사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도 “북한에 변화 징후가 보이면 가장 먼저 재가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의 피해는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가동 전면 중단에 따른 피해액이 1조5,000억원을 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4,838억원으로 3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123개 입주기업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상태이며 국내외 다른 지역의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이 75곳, 재하청 방식으로 수주물량을 처리하는 곳이 36곳이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기업들이 신고한 피해액은 9,446억원이며 전문 회계법인의 검증을 통해 피해액을 7,779억원으로 확인했고 이 중 5,2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기업들과 통일부의 피해액 수치 차이는 잠재적 영업이익을 보상할지에 대한 견해차 때문으로 알려졌다.
한편 통일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지난해 평균 매출액은 공단 중단 이전인 2015년도 매출액의 79% 수준으로 파악돼 상당수 기업이 중단 이전 수준을 회복했거나 회복 중에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