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들을 원금 손실 공포에 떨게 했던 홍콩항셍기업지수(HSCEI, 이하 홍콩H지수) 폭락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지수는 지난해 2월 7,500선에서 최근 1만선 근처까지 회복했다. 시장 회복으로 위축됐던 홍콩H지수 관련 상품 발행 시장도 활기를 찾고 있다. 지수 상승세에 조기상환이 늘면서 투자자들의 수요도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 발행규모는 지난해 2월 1,198억원에서 올 1월 6,366억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6일 기준 이미 1,989억원어치가 발행됐다. 홍콩H지수 ELS는 2015년 상반기만 해도 월별 4조원 이상 발행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대표적인 ELS 상품이었다. 그러나 2015년 5월 1만5,000선에 육박했던 지수가 지난해 2월 7,500선까지 떨어져 3조원 이상의 홍콩H지수 ELS가 원금 손실 구간(녹인)에 진입하자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지수가 반토막 난 후 홍콩H지수 ELS 발행액은 한동안 월별 1,000억원대에 그쳤다.
꽁꽁 얼어붙었던 시장에 볕이 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 10월부터다. 지수가 바닥을 찍고 반등하자 조기상환 규모가 늘면서 발행시장도 회복세에 접어들기 시작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2월 4,096억원에 불과했던 홍콩H지수 ELS(공모 기준) 조기상환 금액은 올 1월 1조3,889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이 기간 지수는 지난 6일 기준 9,840.26까지 올라 최저치를 찍은 후 1년 만에 1만선 근처까지 올라섰다.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해 회복은 과도한 급락의 정상화 과정이었다”며 “올해는 중국 기업 실적 상승과 국유기업개혁 모멘텀을 기반으로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올해 중국 주요 기업 이익은 전년 대비 11% 정도 증가할 것 전망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아직 홍콩H지수 ELS에 대한 경계심을 풀기에는 이르다고 지적한다. 지수 폭락 때 녹인 구간에 진입했던 ELS의 만기일이 대다수 올해 말에서 내년 초 사이에 집중돼 있어 손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녹인에 진입해 조기상환의 기회를 놓친 ELS의 경우 만기 때 기초자산의 종가에 따라 최종 손실 여부가 확정된다. 만약 녹인에 진입했더라도 주가가 반등해 만기 조건을 충족하면 증권사로부터 약속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홍콩H지수 ELS(녹인 유형, 공모 기준) 전체 발행액인 13조9,465억원 가운데 2조4,541억원의 투자자가 아직 녹인 상태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한 ELS는 3년 만기가 돌아오는 내년 4~5월 홍콩H지수가 1만2,000선까지 회복되지 않으면 최종 손실이 확정된다. 최설화 한국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홍콩H지수는 한국처럼 대외 불확실성에 영향을 많이 받아 올해 중국 기업 실적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상승폭은 10% 정도로 제한될 것”이라며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H지수 ELS를 가장 많이 담은 시점인 1만4,000선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증권사 ELS 담당자는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기초자산 가격의 흐름을 짚어내기 어렵다”며 “같은 홍콩H지수 ELS라도 리자드, 더블가드 옵션 등으로 1년 이내 조기 상환율을 높인 안정형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