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출판사 민음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눈길을 사로잡는 게시물이 하나 올라왔다. “조지 오웰의 1984(민음사판)를 구매하면 몬스터볼 100개를 드립니다.”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고는 지난달 국내에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뒤 단숨에 700만 건 넘게 다운로드되며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게임에 필수인 몬스터볼(작은 괴물을 잡을 때 필요한 도구)을 공짜로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이 안내문은 단숨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볼을 위해 책을 살지 고민한 누군가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이벤트는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 게시글 뒤 붙은 ‘#대안적사실’이라는 해시태그를 본 사람이라면 이 광고가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신조어 ‘대안적 사실’을 패러디한 것임을 눈치챘을 것이다.
앞서 미국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모인 인파가 오바마의 절반 수준’이라는 언론 보도를 두고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취임식 중 최다 인파였다’고 말해 거짓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켈리엔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은 한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변인의 주장이) 대안적 사실”이라고 두둔했고, CNN은 “콘웨이의 발언이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정부 부처 진리부(Ministry of Truth)를 연상시킨다”고 꼬집었다. ‘1984’는 빅브라더가 감시자로 국민을 통제하는 디스토피아를 그린다. 소설 속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사람들의 사고를 제한하고자 ‘신어(newspeak)’라는 언어체계를 도입하는데, ‘전쟁은 평화’·‘자유는 노예’처럼 말 안 되는 이중사고로 인간 생각을 조작하는 식이다.
이 같은 논란 속에 미국을 중심으로 소셜미디어에서 ‘대안적 사실’을 해시태그로 붙이는 조롱 섞인 게시물이 유행했고, 조지오웰의 ‘1984’는 판매량이 급증했다. 민음사의 페이스북 글도 최근 이슈를 부각하며 소설 ‘1984’를 소개하려는 위트 넘치는 광고였다. 게시물에는 단숨에 130여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이 중에는 출판사 의도와 달리 실제로 책을 사면 증정품을 준다고 착각하는 내용도 있었다. 민음사 관계자는 “최근 이슈와 함께 재밌는 방식으로 책을 소개한 것일 뿐”이라며 “다행히 아직은 몬스터볼을 얻기 위해 책 구매를 문의해오는 고객은 없었다”고 웃어넘겼다. ★이 기사를 공유하면 별다방 음료 기프티콘을 받을 수 있다. #대안적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