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글로벌마켓 인사이드] 돈 몰리고 자산가치 상승...신흥국 시장 '트럼프 리스크' 벗어나나

원자재값 상승·긍정적 경제전망·저평가 맞물려

주식시장 등에 자금 순유입...통화가치도 오름세

트럼프 '美우선 통상정책'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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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급격하게 추락했던 신흥국 자산 가치가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와 긍정적 경제 전망, 가치 저평가라는 삼박자가 고루 갖춰진 신흥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시장조사기관 EPFR을 인용, 신흥국 주식시장에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한 주간 유입된 자금이 14억 달러(약 1조 6,050억원)에 달했다고 최근 전했다. 신흥국 채권에도 최근 5주 중 1월 넷째 주를 제외한 기간 동안 투자액이 순 유입됐다.

이처럼 신흥국 시장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는 모습은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신흥시장으로부터 투자자 이탈이 가시화됐던 것과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정책과 규제 완화·재정확대 전망 속에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몰리면서 국내총생산(GDP) 중 높은 비중을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투자자들은 지난해 11월 미 대선 후 한 주 동안 신흥국 주식 펀드에서만 50억 달러를 인출하며 불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트럼프 정책에 따른 악재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여기기 시작하면서 신흥국 자산은 최근 들어 바닥을 치고 상승하는 모습이다. 모건스탠리가 집계하는 신흥국 종합주가지수인 MSCI 이머징 마켓 인덱스는 연초 이후 지난 9일 현재까지 7.34% 올랐다. 이는 미국 뉴욕 증시의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2배 이상 높은 상승 폭이다. 신흥국 통화가치도 오름세다.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초 이후 달러화 대비 각각 3.93%, 4.29%씩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자리 도둑’으로 지목한 멕시코의 페소화도 상승 랠리를 타고 있다.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지난 1월 18일 달러 대비 21.89페소로 저점을 기록한 후 지난 9일 20.40페소까지 6.78%나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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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시장이 이처럼 호조를 보이는 데는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대통령의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건설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구리·알루미늄·아연 등 산업재 가격이 오르자 러시아·브라질 등 원자재 수출국의 투자 매력이 덩달아 높아진 것이다. 지난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에 이어 주요 산유국들이 합의를 순조롭게 이행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오면서 원유를 수출하는 신흥국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해지고 있다.

신흥국의 경제 전망이 나아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국제통화기금(IMF)는 올해 신흥국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0.4%포인트 높은 4.5%로 예상했다. 선진국의 올해 예상 성장률인 1.9%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투자자들은 신흥국 자산이 저평가돼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팀 러브 GAM홀딩스 신흥국 투자 매니저는 신흥국 자산을 ‘미운오리새끼’로 평가하며, 미래 수익을 생각하면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신흥국 관련 상품의 가격이 떨어진 지금이 투자 적기라고 조언했다. 그는 “신흥국 자산 가격은 이전에도 낮은 수준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에는 더 낮아졌다”며 “앞으로 더 베팅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시장에서 ‘트럼프 리스크’가 대부분 선 반영됐다는 낙관적인 평가도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통상정책이 언제든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점은 이머징 마켓 투자에 여전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직 본격적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재협상에 나서지 않은 상태에서 신흥국 경제 전망을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것이다. IMF도 지난달 발표한 수정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새 미국 행정부의 정책이 전 세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이라며 “실제 시행되는 정책에 따라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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