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삼성그룹은 공황 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애써 최종 유죄판결은 아니라며 재판에서 뒤집기에 힘쓰겠다는 태세다. 삼성 역사 최초로 총수가 구속되면서 SK와 롯데 등 다른 대기업도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17일 이 부회장의 구속이 확정되자 삼성 그룹은 ‘당황스럽고 억울하다’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법원이 여론에 떠밀려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온다. 예상치 못한 전개에 당황한 삼성은 이제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하는 데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가 유죄판결은 아니다”며 “재판에서 진실이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최악의 상황은 막기 위해 삼성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의 성열우 팀장(사장)이 이끄는 미래전략실 법무팀을 중심으로 전열을 재정비해 ‘철벽 방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날 7시간 30분 동안이나 진행됐던 이 부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예선전일 뿐, 본 재판에서는 한층 치열한 법정 공방이 펼쳐질 전망이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송우철 변호사를 비롯해 고검장을 지낸 조근호 변호사 등 정예 변호인단으로 방어에 나섰다.
삼성은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특검의 영장 재청구에 맞서 대형 로펌과 개인사무소를 포함해 다수의 형사사건 수사·재판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듣고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SK와 롯데도 초긴장 상태로 접어들었다.
현재 삼성 이외에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SK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SK는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111억원 출연의 대가로 최태원 회장의 사면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종범 전 대통령 정책조정수석(58·구속기소)은 지난달 16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최 회장의 사면을 검토했고, 김창근 SK이노베이션 회장을 통해 사면 사실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회장과 박 대통령의 독대 자리에서 사면에 관한 부정한 청탁이 있었는지 조사할 가능성이 크다.
롯데의 경우 서울 시내면세점 재탈환과 관련해 특검의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은 이재현 회장의 지난해 8월 광복절 특사와 관련해 청탁이 있었는지가 관심사다.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CJ그룹 회장이 2015년 11월 27일 박 대통령과의 독대 자리에서 사면에 관한 청탁을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