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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재, '낭만닥터'와 '도깨비'가 알려준 연기의 '재미'

재능을 가진 사람과 노력한 사람이 이길 수 없는 사람은 결국 즐기는 사람이라고 했던가. 무슨 일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재미’를 우선순위에 놓는다는 김민재는 2016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와 tvN ‘도깨비’를 만나며 캐릭터로서도 시청률로서도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맛보았다.

/사진=CJ E&M/사진=CJ E&M


그 가운데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김사부(한석규 분)와 간호부장 오명심(진경 분)을 도와 돌담병원을 이끌어 나가는 남자 간호사 박은탁 역할을 맡은 김민재는 2016 SBS 연기대상에서 ‘뉴스타상’을 수상하며 의미를 더했다. 초등학교 때도 받아보지 못했던 상을 ‘배움’을 위해 선택한 작품으로 받게 됐으니 김민재의 기쁨은 배가 됐다.


특히, 드라마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던 남자 간호사라는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김민재는 남녀의 성별을 떠나 ‘간호사’라는 직업에 집중해 캐릭터를 표현하려 노력했다. 그 덕분인지 김민재의 SNS에 ‘잘 표현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현직 간호사들도 적지 않았다.

“그 메시지를 받았을 때가 정말 보람된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다행이다 싶었죠. 제가 그려낸 간호사의 이미지가 그분들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니까요.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 다큐멘터리나 수술 영상도 많이 보고 병원도 많이 찾아 갔죠”

/사진=CJ E&M/사진=CJ E&M


김민재가 더욱 집중해서 보여주려 했던 ‘의료인’으로서의 자세는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극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이기도 했다. 이 드라마는 의사와 간호사 혹은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일에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동등한 입장으로 인물들을 그려나갔다. 그리고 이 모습은 실제 ‘낭만닥터 김사부’ 현장의 모습과도 많이 닮아 있었다.

“각자의 포지션에서 120% 열정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모인 현장이었어요. 배우와 스태프 모두 단 한 분도 모난 사람이 없었어요. 모두가 개인으로서의 욕심은 줄이고 작품을 위해 마음을 모았죠. 다시는 없을 것 같은 최고의 현장이에요”

말 끝마다 애정이 묻어날 만큼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작품이 김민재의 가슴 깊이 박혔지만 그 가운데서도 가장 큰 의미로 남는 것은 두말할 것 없이 한석규라는 배우와의 만남에 있다.

“처음과 끝이 똑같은 분이세요. 정말 인자하시고 따뜻한 분이신데 막상 연기를 시작하시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김사부님의 모습 그 자체였어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도 사부님이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저 혼자 지레 겁먹고 다가가기 힘들었는데 연기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주시고 맛있는 것도 사주시고 정말 많이 신경써주셨어요”


단순한 감사함을 넘어서 한석규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심까지 느꼈던 김민재는 언젠가 아버지와 아들로 한석규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는 연기 인생의 꿈까지 생겼다. 그만큼 ‘낭만닥터 김사부’라는 작품이 배우로서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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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는 제가 어떻게 사는 게 잘 사는 건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하는지를 알려준 작품이었어요. 특히 극중에 ‘사부님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라는 질문에 ‘필요한 의사’라고 대답하는 장면은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죠. 저 역시 좋은 배우, 최고의 배우보다 필요한 배우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른 사람에게 영감을 주고 필요한 존재가 된 다는 거 정말 좋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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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낭만닥터 김사부’가 배우로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줬다면 ‘도깨비’는 예전부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던 ‘사극’ 장르에 대한 재미를 일깨워 준 작품이었다. ‘특별출연’으로 표면적인 비중은 적었지만 그가 맡은 어린 왕 ‘왕여’라는 인물이 극 전체를 아우르는 핵심 키를 쥐고 있었기에 인물의 정확한 감정들과 환경들을 보여주기 위한 고민을 거듭했다.

“왕여는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한 여자가 나만 바라봐주길 바랐지만 결국 자신이 아닌 다른 선택을 했다는 것에 시기와 질투를 느끼고 그 사람을 죽이게 돼요. 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것을 후회하면서 삶을 마감하죠. 얼핏 보기에는 ‘성격이 왜 이래?’라고 보실 수도 있지만 저는 너무 안타까운 인물이었어요. 감정을 뱉어낼 때도 정말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 가운데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손꼽는 것은 단연 왕비(김소현 분)를 사이에 두고 궁궐로 걸어 들어오는 공유와 대치하던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김민재는 왕이라는 지위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복잡한 심리를 깊이 있게 표현해 냈다. 이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자 김민재는 “공유 선배님이 많이 배려해주셨다”며 김신 역할을 맡은 공유에게 공을 돌렸다.

같은 시기에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와 ‘도깨비’가 가진 각기 다른 시대 배경과 상반된 인물의 성격으로 인해 김민재는 시청자들에게 일명 ‘단짠(달고 짜고)’를 오가는 다채로운 매력을 선사했다. 더불어 가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우연처럼 시작하게 된 시점부터 두 작품을 함께 마친 지금까지 ‘배우’로서의 성장을 김민재 스스로도 체감하고 있었다.

“연기를 경험할수록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느끼게 되면서 생각은 더 깊어지고 넓어졌어요. 반면에 성격은 더 아기가 되는 것 같더라고요. 사실 연습생 때는 ‘김민재는 어떤 사람이야’와 같은 정해진 틀 같은 것들이 있었어요. 인터뷰하면서 목소리도 더 깔아 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그럴수록 저 스스로를 가둬두게 되더라고요. 그걸 풀고 싶어서 더 자유분방하고 아기처럼 되려고 하는 저의 모습을 언젠가부터 발견했죠”

배우로서의 출발이 남들과는 조금 달랐지만, 연기가 김민재에게 주는 즐거움은 무한대에 가깝다. 대본을 보면서 인물의 감정을 느껴보는 처음부터 다른 배우들과 함께 대본을 실현시키는 중간 그리고 그것을 시청자 입장에서 보는 끝까지. 흡사 ‘도깨비’ 속 대사처럼 그에게는 ‘연기를 하는 모든 시간이 눈부셨다’. 물론 두 작품의 연이은 성공으로 인해 김민재는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느끼기 시작했지만, 언제나 그러했듯 자신이 가장 재미있어 하는 일을 하며 올 한해도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2016년, 행복한 한 해를 보내게 해주신 만큼 올해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담은 조금 되지만 그것 역시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더 좋은 작품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울고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이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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