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스냅챗

061538 만파




미국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에번 스피걸, 보비 머피는 2011년 초 ‘사진이 사라지는 메시지’라는 아이디어에 의기투합한다. 스물한 살이던 스피걸이 학생 사교 모임에서 만난 머피에게 제안하고 또 다른 친구가 합류하면서 이들은 이 아이디어를 구현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착수한다. 그래서 여름방학을 함께 보내면서 이들이 처음 내놓은 모델이 ‘피카부’였고 이를 보완해 9월 시장에 내놓은 SNS 앱이 ‘스냅챗(Snapchat)’이다.


다른 SNS와 다를 것이 없지만 보낸 사진, 동영상 메시지는 확인 후 최대 10초 안에 사라지는 독특한 시스템을 갖고 있다. 스피걸은 당시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페이스북과 차별화된 SNS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의 눈에 페이스북은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 되고 개인적인 자랑이나 일삼는 공간일 뿐 진솔한 감정을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이나 동영상이 사라지게 하면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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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은 적중했고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페이스북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입소문 마케팅만으로 이 같은 SNS를 원했던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삽시간에 확산됐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스냅챗은 2000년 이후 밀레니엄 세대가 가장 애용하는 소셜 앱이다. 스냅챗 출시 이후 2년 만인 2013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는 이들에게 10억달러의 인수 제안을 한다. 무료 앱인데다 당시로서는 별다른 수익 모델이 없었음에도 이들은 이 제안을 단칼에 거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스냅챗의 모회사인 스냅이 지난 2일 뉴욕증시에서 기업공개(IPO)를 했다. 첫 거래에서 44%가 오른 ‘주식 대박’으로 지분의 20%씩을 갖고 있던 두 창업자는 단숨에 6조원대의 자산가로 등극한다. 저커버그의 인수 제안 이후에도 기업가치를 10배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아직도 20대인 이들의 젊은 패기와 꿈을 단기간에 실현시킨 실리콘밸리의 벤처시스템이 놀라우면서도 부러울 따름이다. /온종훈 논설위원

온종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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