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빈센트 반 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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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화가 겸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자인 헤럴드 코언은 지난 1973년 그림 그리는 로봇인 ‘아론(Aaron)’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코언을 도와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쳤던 아론은 이후 진화를 거듭해 1980년대에는 3차원 공간에 사람과 물체를 배치하는 데 성공했다. 2015년 영국 공영방송 BBC는 아론이 사람의 도움 없이 색과 형체를 캔버스 위에 직접 구현해내는 모습을 방영하기도 했다.


로봇화가 아론은 인공지능(AI) 기술이 어느 수준까지 발전했는지를 말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초 구글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바둑 대결에서 완승하면서 사람의 뇌리에 각인됐던 AI는 이제 고도의 창의력이 요구되는 분야까지 파고들고 있다. AI가 조금만 더 발전하면 판사는 물론이고 예술가들의 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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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현장에서는 AI 기술을 예술과 접목하는 다양한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구글에서 만든 로봇화가 ‘딥 드림’이 그린 미술작품 29점이 경매에 부쳐져 점당 2,200~9,000달러의 비싼 값에 팔렸다. 네덜란드 연구진은 렘브란트 풍의 그림을 그리는 로봇화가 ‘더 넥스트 렘브란트’를 개발했다. 이는 300점 이상의 렘브란트 작품을 분석한 데이터를 토대로 마치 렘브란트가 직접 그린 그림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할 정도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머지않아 빈센트 반 고흐가 사용한 구도와 색채·질감을 그대로 살린 그림을 그려주는 ‘빈센트 반 봇’도 탄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은 생활 분야는 물론이고 인간 고유영역으로 여겨지던 예술 분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AI가 인간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무조건 경계심을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810년대 영국 러다이트 운동에서 보듯이 신기술은 우리가 거부한다고 해서 오지 않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 새로운 기술과 어떻게 공존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때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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