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해양을 내년까지는 살리기로 가닥을 잡았다. 소난골 협상 결과에 따라서는 조 단위 수준의 ‘브리지론(단기대출)’ 지원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추가 자금지원 없이는 회생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최악의 경우에도 내년까지는 대우조선의 자금 문제를 풀어줄 가능성이 높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8일 “대우조선은 내년까지 살리는 게 맞다”며 “올해만 잘 버티면 되는데 회사를 없애려고 하면 피해가 너무나 크다”고 밝혔다. 이어 “아무리 늦어도 상반기에는 대우조선을 어떻게 처리할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국과 채권단은 두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 이달 말께 결정될 소난골 드릴십 용선주 협상과 오는 20일께 나올 대우조선의 2016회계연도 결산 결과가 그것이다.
우선 당국은 1조원 규모의 소난골 협상에 주목하고 있다. 대우조선이 소난골로부터 이달 말에 돈을 다 받지 못하더라도 메이저 석유사와의 협상만 타결되면 이를 근거로 브리지론 제공이 가능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향후 자금이 들어올 게 명확해지면 채권단도 추가로 돈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난골에 묶인 자금 수준과 추가 여유자금분을 고려하면 최대 수조원대의 지원도 가능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지금까지 당국은 추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이었지만 최근 분위기가 바뀌었다. 최종구 신임 수출입은행장도 지난 7일 “대우조선을 포함해 조선과 해운업, 플랜트 사업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최 행장이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와 어느 정도 교감을 나눈 뒤 나온 말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도 “당초 절대 추가 지원은 없다던 정부 방침에 최근 들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며 “어쨌든 대우조선을 살려서 가야 한다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결산 결과도 중요하다. 대우조선은 지난해 9월 말까지 5,91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보수적으로 접근해 결과가 좋지 않으면 몇 달 안에 조치를 취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소난골 협상과 결산 결과가 모두 좋지 않아도 정부의 생각대로 대우조선이 내년까지 버티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대우조선은 올해 9,4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온다. 당장 다음달 만기만 4,400억원이다. 현재 대우조선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은 2,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내년에 ‘빅사이클(대호황)’은 아니더라도 소규모의 업황 개선이 예상된다고 보고 있다.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도 걸려 있어 대우조선의 운명을 결정할 시기를 늦추려 할 확률이 크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결산이 괜찮더라도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사결정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용이나 지역경기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대우조선을 문 닫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차기 정부에서 이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 여러모로 맞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금융위원회는 이에 대해 “대우조선 정상화나 자금지원 여부와 규모는 구체적인 안이 결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