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신분으로 21일 검찰에 소환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출석 21시간 만인 22일 오전 6시 55분께 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왔다. 지쳐있는 표정으로 걸어 나온 박 전 대통령은 “혐의를 아직도 부인하느냐”, “어떤 점이 송구한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차량에 바로 올라탔다.
조사는 출석 14시간 만인 전날 오후 11시 40분께 끝났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측은 피의자 신문조서를 검토하는 데에만 8시간 가까이 공을 들였다.
당초 이날 오전 3시께 박 전 대통령이 조서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지며 중앙지검 현관문이 열렸다. 경호인력이 대기하고 수많은 취재진도 자리를 다시 잡는 등 잠시 분주해기도 했다. 그러나 문은 다시 굳게 닫혔다. 박 전 대통령측이 날인을 하지 않고 조서 검토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귀가하는 대로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눌 것으로 전해지면서 자정 께부터 지지자 수백여 명이 몰려들어 밤을 지샜다. 친박계 핵심 윤상현 의원과 서청원 의원 부인 등도 대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8개 중대 6백여 명의 병력을 배치하고 철제 안전펜스도 다시 설치했다.
박 전 대통령 차량이 삼성동으로 들어오자 지지자들은 “대통령님 힘내세요”라며 태극기를 흔들고 환호했다. 청사에서 나올 때와는 달리 밝은 표정으로 차에서 내린 박 전 대통령은 짧게 둘러보며 인사를 전한 뒤 자택으로 들어갔다.
앞서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을 상대로 대기업 뇌물 의혹을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대통령’이라는 호칭으로 신문을 이어갔으며, 조서에는 ‘피의자’로 적시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알려진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에 따라서는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한편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운 21시간이라는 기록은 검찰 조사를 받은 역대 전 대통령 중 최장 시간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출석 당일 오후 11시20분께 조사를 마쳤지만 조서 검토에 3시간을 쏟으며 모든 절차가 끝나기까지 총 13시간이 소요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조서 검토까지 모두 16시간 20분이 걸렸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