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가 올라가면 달러 가치가 높아져 상대적으로 원화의 가치는 내려가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인데요. 지난주 미국의 금리 인상 발표에도 불구하고 달러 가치는 떨어지고 원화 가치는 오르는 이례적인 현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오늘 투데이포커스에서는 이처럼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이유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보도국 금융증권부 김성훈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원화 가치가 계속 오르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원달러환율은 장중 한때 1,114원까지 내렸습니다.
이는 지난해 10월 장중 1,108.50원을 기록한 이후 5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후 불과 4거래일 만에 원달러환율이 29.6원이나 급등한 것입니다.
오늘은 외국인의 팔자 기조에 코스피가 하락하면서 원달러환율도 0.34%오른 1,123.3원에 마감했지만 1,100원대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합니다.
[앵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일반적으로 달러 가치는 오르고 원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떨어지는데요, 반대로 원화 가치가 오르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기자]
네 우선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달러 약세가 계속돼 원화가치 상승의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수출 호조에 따른 원화 강세도 달러당 원화 값 급등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8% 늘어난 273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석유제품과 반도체 등의 수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한국 증시가 여전히 저평가 돼 있다는 인식에 외국인 자금이 몰리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를 부추기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국 증시가 주요국 증시 중 가장 저평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화 강세에 따라 환차익을 노린 외국인 자금까지 국내 주식 추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도 원화 강세를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렇게 원화 가치가 오르면 이득을 보는 산업도 있고 손실을 입는 산업도 있을 텐데 원화 가치 상승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우선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 제품의 가격도 올라 수출 비중이 높은 가전·자동차 업계 등의 기업들은 손해를 보는데요. 이 때문에 수출 기업들은 통화 상품을 활용해 손해를 줄이며 환율 변동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가전 업계는 적극적인 통화 매칭을 통해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을 줄일 계획입니다. 현지 통화 결제 비중을 높여 100달러가 들어올 때쯤 100달러의 지출이 있도록 해 환율 영향을 최소화 한다는 것입니다. 통화 스와프와 헤지를 적극 활용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해가 특히 큽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달러당 원화 값이 10원 오르면 국내 자동차 산업 매출이 4,200억원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미국 금리 인상으로 소비심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원화 강세가 겹쳐 손실이 우려된다”고 털어놨습니다.
반면 원유를 들여올 때 달러로 결제하는 정유 업계의 경우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 환차익이 생깁니다. 지난해에는 원화 약세로 환차손을 봤지만 올해는 반대로 환차익을 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유 업계 관계자는 “지금 같은 환율 흐름이 이어지면 8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항공 업계도 원화 강세 수혜 업계 중 하나입니다. 항공기 구입을 위한 외화 빚이 많은 항공사로서는 원화 강세로 이자 부담이 줄기 때문입니다. 또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등 달러로 결제되는 각종 영업비용도 줄어듭니다.
[앵커]
요즘 같은 원화 강세 흐름이 얼마나 이어지는가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크게 나뉘겠군요, 환율 전망은 어떤가요?
[기자]
네 당분간은 원화 가치와 코스피의 동반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환율 전문가들은 미국의 환율보고서가 발표되는 다음 달 말까지는 원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원화 강세 요인에 무역적자를 메우기 위한 미국의 달러 약세 압력이 더해져 원화 가치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달러환율이 1,100선을 깨고 1,090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하지만 장기적 전망은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정정책 실현에 대한 기대로 달러가 다시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트럼프의 정책 이행이 늦어지고 있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원화 강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앵커]
계속되는 원화 값 상승의 원인과 영향에 대해 금융증권부 김성훈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기자]
고맙습니다.
[영상취재 오성재 / 영상편집 이한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