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경고를 수차례 받고도 무사히 졸업한 ‘제2의 장시호’ 체육특기자들이 대거 적발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 씨는 연세대 재학 시절 학사경고를 3번이나 받았지만 징계 없이 졸업한 바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체육특기자 재학생이 100명 이상인 한국체대·용인대·고려대(안암)·연세대·성균관대 등 17개 대학을 대상으로 학사관리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5개 대학 학생 8명은 시험에 대리 응시했거나 과제물을 대리 제출한 정황이 확인됐다. 군 입대일 보다 뒤에 치러진 학교 시험에 해당 학생 이름으로 제출된 시험지도 있었다. 일부 체육특기자는 병원 진료사실 확인서의 진료 기간과 입원일수를 고쳐 수업에 빠지고도 학점을 땄다.
프로구단에 입단해 학기 중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도 출석과 성적을 인정받은 학생도 9개 대학 57명이나 됐다. 또한 부실한 학사관리를 한 교수 370명도 함께 적발했다. 교육부는 이처럼 학칙을 위반한 것은 물론 공·사문서를 위조한 해당 학생과 교수를 경찰이나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특기생은 대학에 소속된 아마추어 선수”라며 “프로에 입단하면 아마추어도, 체육특기생도 아니므로 원칙적으로는 대회 참가에 대한 공결 인정을 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6개 대학 학생 25명과 교수 98명은 장기간 입원하거나 재활치료로 수업을 듣지 못했는데도 출석을 인정받거나 학점을 땄다. 13개 대학 학생 417명과 교수 52명은 출석 일수가 모자라는데도 학점을 주고 받았다. 적발된 학생들 가운데는 해외에서 주로 활동하는 운동선수도 10명가량 포함됐다.
중복사례를 빼면 처분 대상은 학생 332명, 교수 448명 등 총 780명이다. 17개 대학의 체육특기자가 휴학생을 제외하고 4,180명가량이어서 12~13명 가운데 1명꼴로 학칙이나 법을 어긴 셈이다.
이밖에 1996년 이후 입학한 체육특기자 가운데 학사경고가 누적됐음에도 졸업에 성공한 이들이 4개 대학 394명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학교별로는 고려대가 236명, 연세대가 123명, 한양대 27명, 성균관대가 8명이다.
교육부는 학칙을 위반한 해당 대학에 기관경고와 행정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오는 5월께 체육특기자 학사관리 제도개선 방안을 내놓는다.
/강신우PD se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