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궐련형 전자담배’가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 상륙할 예정인 가운데 이에 대한 과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시장 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 담배 업계에 따르면 한국필립모리스는 이르면 올 상반기 ‘전자담배의 아이폰’이라 불리는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iQOS)’를 국내에 출시한다. 아이코스는 기존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충전식 전자장치에 일반 담배와 모양이 똑같은 스틱을 꽂아 쓰는 제품이다. 필터와 판상엽(연초로 가공한 종이)으로 구성됐고 1갑당 20개씩 포장돼 있어 일반 담배와 큰 차이가 없다. 스틱을 가열해 발생하는 증기를 필터로 흡입하는 방식인 만큼 니코틴 용액을 마시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맛도 일반 담배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코스는 일본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스위스·이탈리아·영국 등 20여 개국에 출시됐으며 최근 본체 기준 누적 판매량 200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코스 상륙이 가시화됨에 따라 글로벌 1위 담배 업체인 BAT도 아이코스의 대항마로 궐련형 전자담배인 ‘글로(GLO)’의 국내 출시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AT의 글로는 일본 시장에 이미 진출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아이코스·글로 등 외산 궐련형 전자담배가 들어올 경우 맛과 가격이 비슷한 국내 일반 담배 시장 잠식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2, 3위 업체인 필립모리스와 BAT가 궐련형 전자담배로 약진할 경우 1위 업체인 KT&G(033780)의 아성도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난 2014년 11월 세계 최초로 아이코스가 출시된 일본의 경우 품절 사태 등 신드롬 수준의 열풍이 일어나며 이제 일본 전체 담배 시장의 7%가량을 점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일본에서 아이코스는 기기 값은 9,980엔, 스틱 1갑은 일반 담배 1갑과 비슷한 460엔에 각각 팔리고 있고 글로는 420엔 수준에 판매되고 있다.
더욱이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아직 과세 기준도 마련돼 있지 않아 시장 혼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일반 담배에는 20개비 1갑당 1,007원의 담배소비세와 841원의 건강증진부담금, 443원의 지방교육세, 594원의 개별소비세 등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총 2,909원의 세금이 붙는다. 하지만 전자담배에 대해서는 니코틴 용액을 사용하는 경우 1㎖당 1,823원, 연초 고형물을 사용하는 경우 스틱 20개비 1갑의 무게인 6g당 760원의 세금만 부과되는데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규정은 따로 없다. 현 상황에서는 궐련형 전자담배가 연초 고형물 형태의 전자담배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일반 담배의 26%밖에 세금을 내지 않게 된다.
이에 국회 상임위는 올 초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담배소비세를 1g당 88원, 건강증진부담금은 1g당 73원으로 각각 결정했으나 개별소비세 기준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간 의견이 엇갈리며 기준 마련은 유야무야된 상태다.
지난달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에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g당 51원의 개별소비세를 부과하자는 안을 제시했으나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등은 외국계 회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안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조기 대선 정국과 맞물려 주요 사안에서 밀려나면서 당분간은 논의조차 안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KT&G의 경우 외산 궐련형 전자담배 공세에 대비해 지난해 5월 전담 부서를 꾸렸으나 아직까지는 시장 상황만 지켜보는 분위기다. 선제적으로 대응하기에는 일본 등 다른 시장과 국내 시장 차이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KT&G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이미 중국산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찌감치 들어왔지만 일본은 이 같은 제품이 전무한 상태에서 아이코스가 성공해 상황이 다르다”며 “어떤 형태의 전자담배를 출시할지 제품 유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