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北 '북극성 2형' 추정 미사일 발사] 美中 담판 직전 '美반응 떠보기식' 도발

ICBM 아닌 60㎞ 비행 그쳐

美측 즉각 보복 피하기 의도

"핵·미사일 협상서 양보없다"

美보다 中겨냥 압박 분석도

지난 2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지난 2월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한 중장거리탄도미사일(IRBM) ‘북극성 2형’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5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무력시위용으로 풀이된다.


다만 도발의 강도는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우선 미사일의 비행거리가 짧다. 고각으로 발사된 미사일은 최대고도 189㎞에 도달한 뒤 수평 기준으로 60㎞를 비행했다. 비행시간은 9분. 이 정도라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아닌 게 확실하다. 2,000톤급 잠수함 기지 소재지인 신포에서 발사돼 처음에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일 것으로 추정됐으나 지상에서 발사된 것으로 판명 났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예민하게 반응해온 일본은 ‘피해를 입은 게 없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북한이 강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도발을 한 것은 미국의 반응을 떠보되 즉각적인 보복을 유도할 수준은 피하자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각종 미사일 실험이 유엔의 결의에 따라 금지돼 있으나 60㎞ 정도의 단거리라면 얼마든지 자위권 차원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 굳이 문제 삼기 어렵다는 점을 파고든 셈이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는 “대내적으로는 탄도미사일의 기술적 능력을 점검하고 대외적으로는 미중 정상회담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미국보다 중국 압박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중국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은 중국이 미국과 협상에서 양보하거나 거래할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기정사실로 굳어진 상수(常數)’라는 점을 각인하자는 의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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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발의 강도를 조절했다면 회담 결과에 따라 또 다른 선택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얘기에 닿는다. 미국과 중국을 의식해 낮췄던 도발 강도를 다시금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달에는 북한의 주요 행사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고인민회의(11일), 김일성 생일 105주년(15일), 북한군 창건 85주년(25일) 등을 전후해 6차 핵실험과 ICBM 시험발사 등 대형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물론 북한이 섣불리 도발할 수 없는 요인도 적지 않다. 워싱턴에서 대북 선제타격론이 나오는 분위기 속에서 이달 말까지 한미 양국의 독수리훈련이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도발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군사 동원 태세가 최고조인 훈련기간이라면 별다른 준비 없이 즉각적인 대북 보복타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북한이 도발 시점을 이달 말 이후, 오는 5월 초순으로 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5월9일로 예정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북한이 도발한다면 북한 리스크는 국내 정치에도 보다 복잡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

권홍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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