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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빠는 딸’ 인생 뒤집어지는 코미디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방법

지금까지 ‘바디 체인지’ 소동극은 많았다. 하지만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현실적인 ‘디테일’의 재현에서 비롯된다. 김형협 감독과 배우 윤제문, 정소민은 겉모습의 변화만이 아닌 캐릭터의 내면에 더욱 집중해 가상의 상황을 통찰, 소통을 갈구했다.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아빠는 딸’은 하루아침에 아빠와 딸의 몸이 바뀌면서 사생활은 물론 마음까지 엿보게 되는 인생 뒤집어지는 코미디. 극 중 47세 만년 과장 아빠 원상태 역으로는 윤제문이, 17세 여고생 원도연 역으로는 정소민이 분했다.

영화에서는 나이와 성별 모두 상반되는 두 사람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을 통해 전반적으로 코믹극의 분위기를 보인다. 영락없이 우락부락하게 생기고 목소리 걸걸한 ‘아재’ 윤제문은 곧 여고생인 딸의 영혼이 몸속에 들어간 후 새침하고 섬세한 몸짓으로 ‘사춘기 소녀 감성’을 연기한다. 회사에서 나대리(이미도)의 ‘고양이 네일’을 보고 부러움에 눈빛을 반짝이는가 하면, 주대리(강기영)에게 여심을 사로잡는 문자메시지 고백 비법을 전수하는 모습, 화장품 립 틴트의 색상을 ‘트로피칼 코랄’까지 상세히 읊는 모습은 실제 여고생에 ‘빙의’된 듯 완벽하게 능청스러운 상태의 모습으로 녹아난다.

영화는 새침한 윤제문과 털털한 정소민, 섬세한 연출의 배합이 단연 돋보인다. 윤제문은 과거 ‘나는 공무원이다’, ‘고령화 가족’으로 연기한 일상 코미디의 노하우를 이번 작품에 잘 끌고 와 보다 완성도 있는 코믹연기를 자랑했다. 지금까지 ‘마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덕혜옹주’ 등으로 선보인 무게감과 선 굵은 그의 주된 인상이 단번에 뒤집히는 순간이기도 해 스펙트럼 확장에 완벽하게 성공한 듯 보인다.


정소민 역시 철없고 까칠한 여고생과 ‘아재’의 영혼이 깃든 털털한 모습까지 두루 소화한다. 정소민 특유의 명랑 쾌활하고 청순하며 상큼한 이미지가 40대 아저씨의 세상에 찌든 모습으로 새롭게 전환되면서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팔자 다리 걸음과 아날로그 감성을 드러내는 정소민은 한층 정감 있는 모습으로 변신해 숨겨진 털털한 매력을 쏟아낸다. ‘장난스런 KISS’, ‘마음의 소리’ 등의 연기패턴을 일부 가져오면서도 ‘스킨향’ 물씬 풍길 듯한 쿨한 변신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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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두 배우의 변신이 겉모습의 재미로만 그치지 않는 것은 ‘아빠는 딸’의 강점이다. 독특한 상황으로 전해지는 ‘역지사지를 통한 이해’라는 메시지는 결국 세대 간의 소통 부재를 문제점으로 꼬집고 있어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영화 초반 아빠 상태와 말 한 마디 섞는 것도 꺼려하던 딸 도연은 극한의 경험을 통해 비로소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다. 상태 역시 사춘기 딸의 연애와 성적 고민을 몸소 체험하며 서로를 이해한다. 비교적 아버지의 노력과 고단함이 짙게 묻어나 어쩌면 대한민국 ‘딸들’에게 더 큰 울림을 주는 영화일 수 있다.

배우들의 연기와 더불어 ‘아빠는 딸’ 속에 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재미가 또 있다. 조연과 카메오의 활약이다. 상태와 도연의 가족으로 이일화가 따뜻한 아내와 쿨한 엄마를, 최근 ‘해빙’에서 서늘하고 미스터리한 연기 변신을 한 신구가 4차원의 따뜻한 할아버지로 등장한다. 상태를 둘러싼 인물 중 절친 의사 박혁권의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코믹 연기, 재고처리반 퀸카 이미도의 치명적인 매력, 만능 대리 강기영의 스마트하지만 허당인 매력이 상태의 회사생활을 다채롭게 꾸민다. 도연 주변의 반전 범생 허가윤, 음란마귀 친구 도희도 10대들의 고민을 전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이 밖에도 ‘무한도전’의 ‘무도 드림’ 특집에서 깜짝 캐스팅된 박명수의 코믹 활약, 엠블랙 지오의 손색없는 상사 연기까지 다양한 출연진이 영화를 장식한다.

이렇듯 스크린 곳곳에 숨겨진 재미를 찾을 수 있는 ‘아빠는 딸’은 감독의 실제 여고 탐방 취재로 갖춰진 섬세한 연출,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변신으로 ‘코믹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개봉.

/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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