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표심이 우파 진영과의 연대를 거부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쏠리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에 비상이 걸렸다. 두 당은 안 후보에게 뺏긴 보수 지지세를 탈환하기 위해 일제히 ‘안철수 때리기’에 나섰다.
정우택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5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통합 코스프레’를 한다면 안 후보는 ‘보수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그의 정체성과 안보관·역사관 그리고 ‘신화’로 불리지만 수많은 의혹도 제기된 과거 기업 활동도 구체적으로 검증하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군소 정당이자 ‘호남당’의 39석으로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할지 국민은 알지 못한다”고 비꼬았다.
홍준표 한국당 대선후보 역시 이날 부산 삼광사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은 호남을 근거로 한 ‘민주당 2중대’이고 안 후보는 ‘얼치기 좌파’인 사람”이라며 “보수·우파 유권자는 이런 모호한 스탠스를 가진 후보에게 결코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철수 깎아내리기’에 화력을 집중하는 것은 바른정당도 마찬가지다.
‘자강론’으로 입장을 선회한 유승민 대선후보 캠프의 지상욱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안 후보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오락가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 2중대 같은 행보가 아닌 민생을 위한 정책 기조로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처럼 한국당과 바른정당이 연일 안 후보에게 견제구를 날리고 있는 것은 각 정당의 대선후보 확정 이후 갈 곳을 잃은 중도·보수 표심의 상당수가 안 후보에게로 쏠리기 시작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의 다자구도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와의 격차를 한자릿수 이내로 좁히는 데 성공했으며 양자 대결에서는 안 후보가 문 후보를 꺾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울러 지지율 상승세에 고무된 안 후보가 보수 정당과 손잡을 생각이 결코 없다는 뜻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것도 두 당이 태도를 바꾼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각 당의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만 해도 ‘영호남 공동정부론’ ‘범(汎)보수 대동단결’ 등을 명분으로 꾸준히 국민의당에 러브콜을 보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