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남는 배출권 팔아라" 정부, 과다보유 제한

배출권 거래시장 안정화 착수

이월물량 많으면 할당량서 차감

구조적 문제 해결없이 추가징벌

기업 "땜질 식 처방" 불만 고조

정부가 할당한 배출량을 남기면 할당량을 차감하고 차입 한도마저 줄이는 식으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권 과다 보유를 제한하기로 했다. 배출권을 많이 가진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 거래 물량은 부족하고 가격만 급등하는 현상을 막겠다는 취지에서다. 보완책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발전업계와 석유화학업계·시멘트업계의 숨통이 다소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인위적인 징벌 제도를 추가 도입하는 땜질 식 처방이라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0615A08 온실가스02





정부는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배출권 거래 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들이 정부에서 할당 받은 배출권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부족하면 시장에서 사도록 한 제도로 2015년부터 시행됐다. 유럽 등 선진 배출권 거래 시장 제도를 벤치마킹했다.


개설 초기부터 ‘바이어(buyer)’만 있고 ‘셀러(seller)’는 없는 시장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려는 적중했다. 초기에는 거래량이 사실상 전무했고 본격적인 거래가 이뤄지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수급 불안정으로 본격화됐다. 2015년 톤당 평균 1만 1,774원에서 올해 1월 2만751원, 2월 2만4,300원으로 급등했다. 3월(2만1,462원) 들어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2만원을 웃돌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0615A08 온실가스01


문제의 본질은 기업들이 배출권을 시장에 내놓지 않아서다. 지금은 배출권에 여유가 있지만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시장에 내놓지 않고 다음 연도로 이월하고 있다. 실제 2015년도 배출권 정산 결과 총 522개 할당 대상 기업 중 283개 기업이 여유 배출권 1,550만 톤을 보유했고 이 중 88%인 1,360만 톤을 차기로 이월했다. 반면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들은 할당된 다음 연도 배출권을 당겨 쓰는 형편이다.

이에 정부는 1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2015∼2017년)에서 남은 배출권을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으로 과다 이월하면 배출권 할당 시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연평균 할당량의 10%+2만 톤’을 초과 이월하면 해당 물량만큼 차감한다. 이 같은 조치에도 공급 물량 부족이 계속되면 정부 보유분 1,430만 톤을 유상 공급한다. 2018년 15%를 차입하면 2019년에는 절반인 7.5%만 차입할 수 있다.

정부는 또 1차 계획기간 20%였던 차입 한도를 2차 계획기간 10%로 낮추기로 했지만 수요 분산 차원에서 이를 15%로 조정하기로 했다. 다만 2차 계획기간 첫해인 2018년 차입 비율이 클수록 다음해 차입 한도가 많이 줄어들도록 해 차입 물량을 점차 줄이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배출권 의무이행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배출권이 부족한 기업이 사지 못하면 과징금을 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하지만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내 현실과 맞지 않게 온실가스 배출권 물량을 과다하게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시장에 책임을 전가하는 꼴”이라며 “애초에 맞추지 못할 기준을 제시하고 과징금을 도입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추가 징벌 제도를 도입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정곤기자 mckids@sedaily.com

김정곤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