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脫유커, 사드 위기 극복 나선다] 3월 외국인 55% 감소할 때 내국인 10% 늘어...“유커 빈자리, 우리가”

<1> 유커 줄어든 제주는

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여행상품 판매 금지로 큰 타격이 우려됐던 제주도가 때아닌 내국인 관광 특수를 노리고 있다. 최근 용두암 관광지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중국 정부의 한국관광 여행상품 판매 금지로 큰 타격이 우려됐던 제주도가 때아닌 내국인 관광 특수를 노리고 있다. 최근 용두암 관광지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들이 관광을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인한 피해가 관광업계는 물론 전 산업계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업과 기업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입니다. 이에 맞춰 서울경제신문은 탈(脫)유커 현장을 소개하는 캠페인을 진행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지난주 말 제주도를 다녀온 손모씨는 “새벽에 도착했는데도 공항이 내국인들로 꽉 찼다”며 “유커이 사라지면서 주요 관광명소는 다소 한산했지만 오히려 여유 있게 가족들과 즐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은행원 이모씨는 곧 다가올 5월 황금연휴에 제주도를 찾을 계획이다. 이씨는 “같은 팀 내에 이달 들어 제주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만 세 명”이라며 “과거에 제주도에 갈 때는 중국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일본을 주로 찾았는데 이제 제주도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생각에 항공권을 예약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 금지 등 중국의 사드 보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우려했던 제주 관광산업이 때아닌 ‘내국인 특수’를 노리고 있다. 실제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된 지난 3월 한 달간 제주도를 찾은 유커 등 외국인 관광객은 10만7,000여명으로 전월에 비해 무려 55.4% 감소했다. 줄어든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은 중국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은 7만7,000여명으로 지난해보다 61.4% 감소했다. 반면 내국인 관광객은 지난 2016년 91만8,000여명에서 2017년 101만2,000여명으로 10.3% 증가했다. 내국인이 유커의 빈자리를 채우면서 3월 전체 관광객도 전년 동월에 비해 3.4%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과부 교수는 “사드 위기를 내국인 관광 활성화의 기회로 삼는다면 이번 위기를 극복해나갈 수 있다”며 “유커의 빈자리가 워낙 큰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위기를 통해 유커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非)유커 늘고, 제주도는 때아닌 내국인 특수=중국의 한국관광 금지 이후에도 전체 방한 관광객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5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잠정적으로 집계된 올해 1·4분기 외래관광객 수는 372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이 기간 9.1% 줄었지만 중국 외 지역이 14.1% 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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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커가 사라진 제주도에 힐링 여행을 원하는 내국인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11번가에 따르면 3월5일부터 4월4일까지 제주도 여행 패키지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78% 증가했다. 제주 렌터카 상품 매출도 이 기간 16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1번가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에 힐링 여행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3월 들어 제주도 항공권·숙박·패키지 등 여행상품과 렌터카 구매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5월 황금연휴 기간에도 예외는 아니다. 티몬이 5월 황금연휴 기간에 항공권 발권 추이를 분석한 결과 항공권 예약 1위 여행지로 제주도가 선정됐다. 11번가 조사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5월 황금연휴 때 가장 많이 팔린 항공권은 1위가 제주도였으며 2위는 도쿄, 3위는 오사카였다.

돌아온 내국인은 호텔업계에도 단비다. 제주신라의 경우 5% 비중이던 중국인이 2~3%대로 낮아진 반면 내국인은 80% 중반에서 90%대로 올라 오히려 3월 예약률이 소폭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제주호텔 역시 3월 내국인 숙박 비중이 8%가량 늘어났다.

수학여행으로도 다시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수도권 지역에서 제주로 교육여행을 실시할 예정인 학교는 106개교로 총 3만100여명이 제주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수도권 지역에서 수학여행이 예정된 학교 중 66.1% 수준이다. 수학여행을 계획한 수도권 학교 2곳 가운데 1곳 이상이 제주를 오는 셈이다.

◇내국인 잡자, 제주 관광업계 총력=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이를 겨냥한 프로모션도 늘고 있다. 제주신라는 ‘스프링 플라워 투어’ 깜짝 이벤트로 봄꽃 가득한 호텔 곳곳에서 고객들이 힐링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켄싱턴제주는 다른 호텔의 주니어 스위트 정도인 그랜드 스위트룸을 지금 예약하면 10%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들 외에도 호텔업계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각종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 역시 이달 한 달간 관광숙박업과 시설 관광지, 기념품업, 골프장, 관광식당 등 630여개 업체가 최고 65%를 할인하는 그랜드세일에 나서고 있다. 해외 수학여행단 유치와 민간교류 지원, 무사증을 활용한 중국 개별 관광객 직접 유치 마케팅, 대만·일본 신규 취항 노선 프로모션 등의 대책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문체부는 봄 여행 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상품 개발과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제주도 관광을 활성화할 수 있는 추가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한편 이번 기회를 통해 관광산업의 질적 변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뿐 아니라 국내 관광산업의 경우 그간 유커에 너무 의존해왔던 것이 현실이다. 해외 관광객을 다변화하는 동시에 내국인들이 다시 찾을 수 있는 그런 관광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다. /심희정·박성규·박윤선기자 yvette@sedaily.com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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