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심희정 기자의 'All that 럭셔리'] 명품 슈즈 탕진잼 '올해 승자는 누구'

"100만원 안팎 슈즈 정도야 나를 위해 지를 수 있어" 확산

쟈디올 슬링백, 스피드러너, 맥퀸 아웃솔, 아크네 슈즈 등 불티

명품업계, 시그니처 디자인으로 슈즈 전쟁...올해 승자는 누구





페라가모 칼럼 힐이 돋보이는 올 시즌 페라가모 대표 슈즈페라가모 칼럼 힐이 돋보이는 올 시즌 페라가모 대표 슈즈


쟈디올 슬링백쟈디올 슬링백





프라다프라다


지 드레곤이 신어 유명해진 발렌시아가 스피드러너지 드레곤이 신어 유명해진 발렌시아가 스피드러너


까사데이까사데이


폴리니폴리니


지속적인 경기 불황이나 고용 불안, 불확실한 미래에 갇힌 마당에 나를 위한 작은 사치로 지갑을 탕진하는 젊은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요즘 젊은 층들이 소소한 씀씀이를 통해 재미를 찾는 ‘탕진잼’을 벌이는 곳 중 하나가 명품 슈즈 업계다. 가뜩이나 문화 트렌드가 소비 지향적인 데다 SNS에서 구입한 사진을 올려 과시하고 소통하는 데 있어서 고가의 슈즈 만큼 멋져 보이는 것도 없다. 소비자들은 갈수록 계급 격차가 심한 사회에 살면서 수 천 만원짜리 차도 아니고 수 억짜리 집도 아닌 100만원 이하 또는 100만원 안팎의 명품 슈즈 하나를 소유함으로써 ‘스몰 럭셔리’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20대 김요원씨는 “시발비용으로 구찌 마몽 진주 로퍼를 질렀는데 열심히 사느라 매번 번아웃하는 나를 위해 이 정도는 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가의 가방은 못 사도 100만원 안팎의 슈즈는 구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이 늘었다”고 전했다.

아크네 스니커즈아크네 스니커즈


이처럼 젊은 층 사이에 일명 ‘지르는’ 문화 트렌드가 확산되는 가운데 명품 슈즈 업계는 때마침 소장 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아이템을 쏟아내고 있다. 어떤 모델이 뜨면 가장 잘 나가는 사이즈가 동이 나면서 이를 확보하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심지어 한국에서 솔드아웃된 모델과 사이즈를 구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직구를 하기도 하고 그 나라로 여행까지 가서 사는 일도 더러 있을 정도다. 직장인 김보연(27)씨는 “나이키 조던에 푹 빠진 남자친구가 한정판을 구하기 위해 일본 여행을 갔다왔다”며 “요즘에는 자신이 갖고 싶은 한정판 제품을 따라 여행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이 있더라”고 전했다.


요즘 명품 슈즈 업계의 핫 아이템은 ‘J’adior’ 로고가 프린트 된 재봉사의 크림색 리본으로 묶은 크리스챤 디올의 ‘슬링백’이다. 새로 부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치아 키우리가 디자인한 미니멀 슈즈로 힐은 밑창 테두리부터 부드럽게 경사진 건축적 형태인 반면 리본은 상큼발랄하다. 일본 현지에서 구입해 한국에 공급하는 한 블로거는 “디올 슬링 백이 한국에서 사는 것 보다 일본에서 보내주는 것이 20만원 더 비싸지만 국내에서는 사이즈를 구할 수 없어서 웃돈 주고라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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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슈즈는 가방이나 옷과 더불어 희대의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 뒤가 뚫린 블로퍼 트렌드를 견인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퍼가 달린 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슈즈 시장에 구찌 짝퉁이 범람했다. 굽에 진주를 단 데 이어 아예 무릎까지 올라오는 스트랩슈즈와 스터드 장식으로 구찌만의 색깔을 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는 신임 여성 슈즈 총괄 디렉터 폴 앤드류가 처음 부임해 선보인 2017/18 Pre-Fall 여성 슈즈 콜렉션을 최근 기자들에게 공개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1930년대 후반의 ‘F 웨지’의 헤리티지를 가진 ‘칼럼 힐(COLUMN HEEL)’이다. 꽃 기둥 모양의 칼럼 힐은 앤드류가 야심하게 선 보인 페라가모의 올 시즌 시그니처 디자인. 페라가모는 이번 슈즈로 왕년의 페라가모 슈즈 열풍을 다시 한번 일으키겠다는 각오다.

알렉산더 맥퀸 오버솔알렉산더 맥퀸 오버솔


슈즈로 주목 받고 있는 브랜드는 다름아닌 발렌시아가. 베트멍 디자이너와 베트멍 출신 신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뎀나 바잘리아의 컬래버레이션 작품인 ‘스피드러너’ 스니커즈는 최근 가장 핫한 제품으로 떠올랐다. 지 드레곤 슈즈로 유명한 이 제품 역시 사이즈가 없어 난리다. 하이앤드 스트리트 패션 슈즈의 대세로 심지어 이태리 현지에서 조차 사이즈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 해골 스카프로 유명한 알렉산더 맥퀸은 스니커즈인 ‘알렉산더 맥퀸 오버솔’이 돌풍을 일으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웃솔(운동화 바깥쪽 밑창)이 두껍고 디자인이 독특한 4.5㎝ 힐의 ‘키높이 스니커즈’는 과장된 사이즈의 밑창 때문에 매 시즌 완판이다. 스웨덴 브랜드 아크네 스튜디오 역시 끈 묶는 부분에 아크네 티셔츠에 적용한 시그니처인 사각형 얼굴을 달아 놓아 불티나게 팔렸다.

발리의 파블로 코폴라 디자인 디렉터는 생기 넘치고 발랄한 브랜드로 발리의 방향성을 정하고 올 봄 여름 신상품으로 로티 슈즈를 선보이며 트렌드를 견인하고 있다. 로티 슈즈는 모로칸의 전통적인 신발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했는데 광택감이 덜한 골드 버클 장식으로 고전적인 느낌을 살렸는데 뒤축을 접어 슬리퍼로 신을 수 있도록 해 블로퍼 열풍을 이어가도록 했다.

프라다는 매년 인기가 많은 펌프스에 귀여운 플라워 패턴으로 올 시즌을 열었다. 페라가모가 꽃 모양으로 된 골드 힐이라면 프라다는 꽃 모양으로 화려한 메탈 힐을 구사했다. 하트와 키스 입술, 하트 메탈힐이 대 유행을 예고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바람을 일으킨 클리퍼슈즈에도 하트와 꽃을 수 놓아 귀여움으로 승부를 걸었다.

이밖에 Y굽으로 유명한 디자이너 브랜드 율이에, 지안비토로시, 아쿠아쥬라, 폴리니, 스튜어트와이츠먼, 까사데이 등 트렌디한 디자이너 슈즈들은 발등을 벨트스트랩으로 잡아주는 슈즈 등을 앞다퉈 선보여 올해 스트랩 슈즈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율리에율리에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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