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이집트를 방문했다가 카이로 뒷골목에 숨어 있는 콥트 지구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지하상가처럼 계단을 내려가야 비로소 주거지역이 나오는데 통로가 매우 좁아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낡고 옹색한 모습이었다. 콥트교도가 사는 곳은 이처럼 지하공간에 위치하거나 높은 벽으로 둘러싸여 일반인들의 출입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최근에는 테러를 막기 위해 경찰이 보호하는 곳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오랜 박해를 피해 소수파로 명맥을 유지해왔던 나름의 생존방식인 셈이다.
콥트교는 이슬람 수니파가 지배하는 이집트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한 기독교 종파로 동방정교회와 엇비슷하다. 이집트 인구 9,000만명 중 콥트교도는 10% 정도로 추산되는데 이슬람 금기인 돼지고기도 먹는다고 한다. 콥트(copt)라는 명칭 자체가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이집트인’을 뜻할 만큼 이집트 원주민이자 고대 파라오 왕조의 후손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수많은 박해와 탄압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해온 것도 ‘이집트가 어머니’라며 가족을 중심으로 공동체의 정체성을 발휘해왔던 덕택일 것이다.
이집트에서 콥트인들은 ‘푸른 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정치권력이 이슬람과의 차별정책을 펼치면서 푸른색 터번을 착용하도록 강제했다는 것에서 나온 말이다. 이슬람에 비해 회계와 재산 관리에 능숙했던 콥트인들은 영국 식민통치 기간에 이집트 상권을 장악하고 공직의 45%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나세르 혁명기에 집중적인 탄압을 받아 재산 몰수, 국외 추방의 갖가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부활절을 앞두고 이집트 콥트교회에서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탄 테러가 잇따라 발생해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지난해 말에도 카이로에서 IS의 자폭 테러가 일어나는 등 콥트교회를 노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종교를 정치적 선전선동의 도구로 삼는 테러집단의 만행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정상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