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똑똑한_직장생활 가이드 ‘플랜 Z’] <20>일하는 엄마, 그 대가를 감당하라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대부분의 사람들이 여성의 사회생활을 당연하다 생각한다. 학교를 졸업하는 모든 여성의 생각이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러기 전에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세상 어떤 일에도 공짜는 없다는 것. 일하기로 결정한 순간 놓아야 하거나 눈감아야 할 것이 많다는 것, 그렇기에 그 선택에 확신을 가져야 한다.

▲모든 선택에는 반대급부가 있다


업무가 많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충돌하고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하지만 내가 일을 함으로써 우리 가족, 특히 아이들이 어려움을 겪는다면 정말 견디기 힘들어진다. 나 역시 일을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 고민하던 고비에는 항상 아이들 문제가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그 예쁜 얼굴과 하루하루 늘어가는 재롱이 눈에 밟혀서 회사에 가기 싫었다. 조금 큰 뒤에서는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 문제에 늘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학교를 보내고 나서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학업에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나만 제대로 된 정보가 없어 아이들을 엉뚱한 학원에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마들끼리 친분이 없어 우리 아이만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 받지 못한 것은 아닌지 늘 마음을 졸였다. 주말까지 일하는 엄마 때문에 친구들도 없는 놀이터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미어졌던 적도 있었다. 일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하는지 갈등했던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경계선에서 헤매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퇴근 후에는 마무리하지 못한 일 걱정에 짜증을 내고, 회사에서는 아이 모습이 눈에 밟혀 한 시간에 한 번씩 집으로 전화를 건다면 어느 쪽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무엇보다 내가 지치고 행복하다 느껴지지 않는다. 전업주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가치 있다. 절대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엄마의 존재는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포기하고 일하겠다고 결정했으면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선택에 대한 트레이드 오프(Trade off)’ 즉, 어떠한 선택을 하든 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대급부가 있고 그것이 가치적으로 상쇄되어야만 나의 선택이 가치를 갖는다는 말이다. 일하는 엄마는 이러한 트레이드 오프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모든 걸 다 내 맘에 흡족한 상태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불가능한 욕심이다. 하나를 택했다면 다른 하나에 대한 내 몫의 상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최선의 방법으로 상황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70% 정보에 만족하라


정보는 시간이고 시간은 늘 부족하다. 아이에게 최적의 학원을 찾아내 보내주겠다고 시간 날 때마다 인터넷을 뒤지고 있지는 마라. 정성 가득한 이유식을 직접 해먹이겠다며 늦은 밤까지 부엌에서 서성대지 마라. 더 알아보고 더 잘해주면 좋겠지만 적절한 수준에서 만족하고 나아가야 한다. 딱 70%에 만족하라. 시간이 남았다면 아이와 눈을 한 번 더 마주치거나 책을 읽어주며 뒹굴어 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완벽의 욕심이 진정 아이를 위한 것인지 나의 또 다른 이름의 허영심인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보고, 70%면 충분하다 외치며 내려 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서 지쳐 떨어질 수 있는 나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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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가 공주나 왕자처럼 클 수 없음에 쿨해져라

일을 하면 유행하는 옷이나 가방을 적시에 사주기 어려울 수 있다. 유행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시간이 없어 사주지 못할 수도 있다. 아이가 조금이라도 섭섭해하면 엄마는 이성을 잃는다. 못 사준 것이 너무 미안하고 아이에게 치유하기 힘든 상처를 준 것처럼 착각한다. 사실 상처는 엄마가 더 받는 듯하다. 쿨해져야 한다. 그리고 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엄마도 안타까워. 하지만 엄마가 회사에 있다 보니 그것을 미처 알 수가 없었네. 다음에 그런 것이 있으면 너가 엄마 좀 도와 줄래? 살짝 알려주면 더 좋지~’ 핵심은 내가 당당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아이에게 최대한 자세히 나의 감정과 어려움을 공유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조건 미안해하거나 모른척하는 것, 그 어떤 것도 좋은 태도는 아닐 수 있다.

▲가족만의 의식을 정해 양보없이 지켜라

많은 시간을 함께 하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서적 유대감마저 포기할 수는 없다. 경험적으로 가장 유용하다 생각되는 방법 중 하나가 가족만의 의식을 정해 지켜나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잠이 들기 전에 매일 10분씩 아이에게 책을 읽어 준다던지, 주말 아침에는 반드시 아빠와 30분씩 야구를 한다던지 하는 것이다. 많으면 지키기 힘들다. 한두 개 정도면 충분하다. 그것이 가족의 공통 의식임을 아이들에게 알리고 어떤 일보다 엄마 아빠에게 그 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반드시 지켜주어야 하는 것이다. 짧고 간단한 기억이지만 엄마 아빠가 약속을 지켜나가는 모습에서 아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의식은 사랑의 상징이 되는 것이고 이는 말로 표현되는 사랑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아이들에게 각인될 것이다. /최명화 최명화&파트너스 대표 myoungwha.choi00@gmail.com

최명화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의 마케팅 컨설턴트,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두산그룹 브랜드 총괄 전무를 거쳐 현대자동차 최초의 여성 상무를 역임했다. 국내 대기업 최고 마케팅 책임자로 활약한 마케팅계의 파워우먼으로 잘 알려져 있다.

현재 최명화&파트너스의 대표로 있으면서 국내외 기업 마케팅 컨설팅 및 여성 마케팅 임원 양성 교육 프로그램인 CMO(Chief Marketing Officer)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오랜 직장 생활을 통해 직접 경험하고 터득한 ‘조직에서 스마트하게 승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현장 전략서 ‘PLAN Z(21세기북스)’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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