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Science&Market] 인공지능 대중화를 바라보며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개발·사용 손쉬운 안드로이드

윈도 꺾고 모바일 중흥기 열었듯

완성도 높은 범용 플랫폼 통해

韓기업도 AI 대중화 이끌어야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얼마 전 세계 인터넷 사용 점유율에서 안드로이드가 사상 처음으로 윈도를 누르고 1위를 기록했다. 한때 PC가 세계를 지배했으나 이제는 왕좌를 스마트폰에 넘겨줬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언젠가는 스마트폰 역시 왕좌를 내주는 날이 올 것이다. 그 대상은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하다.

PC와 모바일 시대를 지배한 기업의 공통점은 일반 사용자들이 사용하기 쉽고 개발자들이 적응하기 쉬운 대중적인 상품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윈도는 그래픽유저인터페이스(GUI)로 일반 사용자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고 안드로이드는 누구나 쉽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개발자를 모두 확보해 결국 대중화에도 성공했다. 윈도와 안드로이드 모두 기존의 제품들에 비해 한 차원 높은 완성도를 기반으로 PC와 모바일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용·개발하는 데 요구되는 지식과 노력을 크게 낮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은 AI 대중화에 성공하는 기업이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년 전부터는 AI의 기술적 발전뿐 아니라 대중화를 위한 시도가 발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구글·아마존·인텔·엔비디아 등은 딥러닝 오픈소스, 클라우드, 고성능 프로세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으로 AI 인프라를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웹이나 모바일 서비스, AI 스피커 등으로 새로운 응용 분야를 제시하면서 사용자들과의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용자와 개발자의 다양한 필요를 고르게 충족시키는 패키지가 출현하지 않았다. AI 알고리즘들은 복잡한 이론과 수학으로 이뤄져 전문가 외에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에서 나아가 더 높은 성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섬세한 학습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이러한 점은 대중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큰 장애물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첫째는 일반 사용자가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AI에 전문성을 갖춘 생산자가 구체적인 가치를 줄 수 있는 완성품을 만들어 제공한다면 AI를 모르는 일반인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음성이나 영상의 인식, 변환, 합성, 기계 번역, 데이터 분석 및 예측 등 특정 분야에 AI를 탑재한 제품 및 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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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핵심 요소 중 한 가지 이상에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우수한 AI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필수 요소로는 전문지식, 데이터, 컴퓨팅 인프라 등이 있다. 전문지식의 필요는 AI의 대중화를 막는 가장 높은 장벽이나 최근 발전하고 있는 딥러닝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힘입어 조금씩 극복되고 있다. 컴퓨팅 인프라의 대중화는 GPU와 클라우드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 학습 데이터의 수집·정제·체계를 대중화하기 위한 노력은 아직까지 미미하다. 그러나 만약 누군가 효과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AI 시대를 지배하기 위한 궁극적 전략은 AI 시스템을 만들고 활용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요소를 통합해 사용하기 쉽도록 정리한 패키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잘 추상화된 딥러닝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컴퓨팅 인프라, 다양한 데이터를 획득·정제하기 위한 도구, 범용성과 완성도가 높은 통합 플랫폼이 출현한다면 한 시대를 이끌어갈 AI 범용 플랫폼을 꿈꿀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선진 글로벌 기업들은 범용 AI 플랫폼의 큰 그림을 그리고 이를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있다.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점에는 후발 주자들이 선두 주자와의 격차를 줄이거나 이들을 추월할 수 있는 기회가 발생한다. 스마트폰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선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AI 대중화라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기업이 출현하기를 희망한다.

김인중 한동대 전산전자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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