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한국은 수입차의 봉?...매출 급감해도 수백억 배당 챙겨가

포르쉐코리아 등 8개 수입차 조사

본사 배당에 654억 쏘면서 기부는 고작 24억

지난해 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본사 대주주들에게는 파격적인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에는 인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재투자나 사회공헌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주요 업체들의 포부와는 정반대되는 모습이다. 한국은 단순히 고가의 차를 갖다 파는 시장이고 거둬들인 과실은 본사가 따먹는 구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2016년 감사보고서를 공시한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포르쉐코리아·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등 8개 업체의 배당액을 조사한 결과 총 65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기부금은 24억5,427만원에 머물렀다. 배당액이 기부금보다 26배 더 많았다. 7월 결산인 일본 업체들이나 유럽 일부 업체들의 감사보고서가 더해지면 배당액과 기부금의 차이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배당에는 후하면서 기부에 인색한 대표적 업체는 포르쉐코리아다. 포르쉐코리아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7억원으로 전년 대비 32.9% 급감했다. 매출은 2014년 법인 출범 이후 처음으로 10% 감소했다. 인증서류 조작으로 ‘마칸’ 등 일부 모델의 판매 중지에 따른 여파다. 당기순이익은 34억원으로 절반으로 줄었다. 하지만 포르쉐코리아의 주주들은 당기순이익과 같은 34억원을 배당으로 챙겨갔다. 포르쉐코리아는 독일 폭스바겐그룹 계열 포르쉐AG가 75%, 말레이시아계 화교자본 레이싱홍 그룹 계열 아펙스가 25%의 지분을 갖고 있다. 영업이 어려웠던 탓인지 포르쉐 1대 수준이던 1억5,000만원의 기부금은 지난해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판매량이 23% 급증하며 수입차 1위에 오른 벤츠코리아의 독일 본사 대주주들은 지난해 456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배당액이 1년 전보다 22% 줄긴 했지만 기부금(22억원)에 비하면 여전히 배당액이 20배 더 많다. 벤츠 계열인 다임러트럭코리아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63억원으로 1년 전(38억원)보다 65% 급증했다. 그래서인지 2년 만에 164억원을 배당했다. 지난해 영업익의 5배 가까운 금액이다. 하지만 기부금은 3,927만원에 불과했다.

관련기사



배당은 주주의 당연한 권리지만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재투자보다는 지나치게 배당에 집중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수입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서비스센터나 정비 인력 육성 등의 과제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재투자가 필요하다. 수입차 업체들도 국내에 서비스센터나 고용 등 재투자를 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한다. 하지만 수익 대부분을 본국으로 배당하면서 재투자는 대부분 딜러의 몫이다. 한국을 단순히 차만 팔기만 하면 되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올린 수익이 본국으로 배당돼 미래 자동차를 개발하는 재원으로 쓰인다는 점이다. 한국 소비자가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업체의 미래차 개발에 필요한 돈을 벌어다 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탓에 일정 금액 이상의 배당을 막고 고용 등 재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의 높아진 위상에 걸맞은 사회공헌 등의 활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도원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