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부동산일반

크루즈항으로 뜨는 강정마을, 상처 치유받나

7월 개항 호재로 땅값 쑥

해군기지 건설 상흔 딛고

㎡당 실거래가 30만원 호가

제주시 평균보다 높아

"분위기 띄우기" 우려도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 지난 10여 년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 과정에서 해군과 마을 주민들이 격렬하게 부딪힌 깊은 상처가 남겨진 곳이다. 당시 강정마을회와 반대 단체는 주변에 철조망 울타리를 치고 7m 높이의 철제 망루까지 세워 10여 명이 쇠사슬로 몸을 묶어가며 필사적으로 저항해왔다.

해군과 경찰의 강제 철거 집행 시도는 끝없이 이어졌고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초 해군기지는 준공됐다. 하지만 상흔은 여전하다.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4년 말까지 이와 관련해 업무방해 등으로 사법처리된 주민은 206명에 달하고 해군은 공사 지연에 따른 피해액 34억여원에 대한 구상금 청구 소송 등을 지난해 제기한 상태다.




1316A02 제주3




최근 제주 강정마을회는 다음달 대선을 앞두고 각 정당 후보들에게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에 대한 진상조사와 피해 회복 내용을 담은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미 이를 공약으로 발표한 상태다.

이처럼 오랜 기간 갈등을 빚어온 강정마을 일대가 오는 7월 크루즈항 개항을 앞두고 새로운 관심을 받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기 때문. 갈등의 불씨는 남아 있지만 이 지역에서 반영될 호재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기대감에서다. 크루즈항이 완공되면 15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에 접안된다.


12일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제주 서귀포시 강정동의 ㎡당 평균 실거래가는 31만3,162만원으로 제주시(28만1,167원)와 서귀포시(27만5,019원)의 평균보다 11~14%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같은 기간 전체 실거래가를 전체 면적(㎡)으로 나눠 다양한 토지 용도, 시세 등이 반영되지 못했지만 뚜렷한 상승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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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A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매매 물건의 용도·위치에 따라 가격 편차가 심하지만 해군기지에서 일주로로 이어지는 6차선 도로 예정지 주변은 3.3㎡당 300만원 이상 호가한다”며 “7월 크루즈항이 개항하면 각 5만명 이상 관광객을 실은 크루즈선이 들르고 면세점·화장품매장·식당 등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B공인중개사 대표는 “2025년 제주 제2공항 개항을 앞두고 2020년에는 토지보상금이 풀리는데 대부분 다시 땅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강정 혁신도시 일대는 구도심 인구가 옮겨오고 크루즈항 상권이 형성되며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민석 FR인베스트먼트 연구원도 “서귀포 강정동 일대는 그간 제주 내 다른 지역이 급등하는 동안 소외됐던 지역으로 최근 몇 년은 그 격차를 줄여가는 과정”이라며 “현재 어지간한 해변 토지가 3.3㎡당 500만~600만원을 호가하고 있어 강정동도 시간문제”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문제와는 별개로 크루즈항 개항은 일대에 직접적인 호재가 될 것”이라며 “다만 한번 크게 오르는 시작점이 될지, 마지막 상승동력에 그칠지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수년간 거침없이 오른 현지 부동산 가격이 부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사드 배치 여파로 당초 기대됐던 중국 관광객이 확 줄어든 것 역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동남아시아·유럽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는 제주지역 민·관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지에 달려 있다.

제주시에서 지역 건설사를 운영하는 C씨는 “아직 강정동에 외지 투자가들이 몰린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고 도민들은 관심도 없는 곳”이라며 “부동산업자들이 땅값을 올리려고 분위기를 띄우는 일도 적지 않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이재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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