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데스크칼럼] 갤럭시S8의 성공 뒤에는 누가 있나요

우승호 바이오IT부장

삼성 믿고 빚내 공장 샀던 협력사

투자계획 취소에 정리...신뢰 균열

갤S8 순항, 협력사 수백 곳 합작품

신뢰 회복 통해 진정한 협업 나서야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없으면 인류는 4년 내에 멸망한다”고 경고했다. 하찮아 보이는 꿀벌이지만 하는 일이 많다. 인간이 먹는 음식의 3분의1도 꿀벌이 열심히 가루받이를 한 결과다.


꿀벌은 한 마리의 여왕벌과 수백 마리의 수벌, 수만 마리의 일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로열젤리’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한다.

현대인의 필수품 ‘스마트폰’도 로열젤리 만큼 복잡한 과정과 공동체의 협업을 요구한다. 로열젤리를 만드는 ‘꿀벌 공동체’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협력업체 공동체’가 오버랩 되는 이유다. 둘 다 ‘신뢰’와 ‘협업’ ‘배려’가 중요하다.

최근 선보인 ‘갤럭시S8’이 예약판매 100만대를 향해 순항 중이다. 스마트폰에는 700개가 넘는 부품이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수십 곳의 계열사와 수백 곳의 협력사, 중소기업들이 합심해 혁신을 이어가고 갤럭시S8을 만들었다.

그런데 최근 “중소 협력사들이 더 이상 삼성을 믿지 않고 삼성만 바라보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신뢰’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삼성과 거래하던 A사장은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들이 삼성과 거래하기에 앞서 별도의 회사를 만들고 중국과 거래하기 시작했다”며 “한 단계 앞선 기술은 공개하지 않고 숨긴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결정적 이유는 몇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사장은 2005년 스마트폰 핵심부품을 제조하는 장비업체 B사를 세웠다. B사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승승장구했다. 2012년 15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코스닥 상장 준비도 착착 진행했다.

관련기사



B사가 삼성과 거래를 시작한 것은 2007년쯤이다. 1차 벤더를 통해 삼성 계열사에 장비를 납품하다가 2009년 직접 장비를 넣고 공식 협력사가 됐다. 2011년에는 10억원이 넘는 장비를 3대나 납품했다.

그러던 2012년 가을. 추석을 며칠 앞두고 삼성 계열사는 A사장 등 협력사 대표들을 공장으로 불렀다. 담당 전무가 직접 나서서 ‘공장 신축’이라는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혔다. 구매 부장은 “일정에 차질 없도록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며 “다른 업체, 특히 중국과 거래하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사항을 일일이 지시하면서 A사장에게는 “장비 20대를 준비하라”고 말했다. 200억원이 넘는 큰 규모다.

담당자는 계속 채근했고 A사장은 삼성을 믿고 서둘러 공장을 매입했다. 직원도 20여명에서 70여명으로 늘렸다. 그리고 주문을 기다렸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두 달이 지나도 주문은 없었다. 소문은 무성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 “기다려라”라는 말밖에 없었다.

A사장은 ‘설마’했지만 믿고 기다렸다. 그러는 사이 직원들 월급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B사가 설치한 기계를 C사 직원이 도면을 그리고 작동원리를 묻는 등 기술을 빼가는 듯이 보였다.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사장은 속이 바싹바싹 탔다. 대출받은 돈도 바닥이 보였다.

2013년 겨울. A사장은 구매 부장으로부터 “미안하게 됐다. 살길을 찾아라. 중국업체도 찾아가 봐라”는 통보를 받았다. 그동안 쌓은 기술은 C업체에 뺏기고 삼성에 대한 신뢰는 무너졌다.

이리 뛰고 저리 뛰었지만 이미 늦었다. A사장은 모든 것을 포기했다. 직원을 내보내고 회사를 정리했다. A사장은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협력사 중 여러 곳이 문을 닫거나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을 믿은 대가가 너무 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의 악몽을 깨고 갤럭시S8으로 새로운 도약에 성공했다. 천신만고 노력 끝에 거둔 값진 결과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저임금으로 고생한 중소 협력사들의 노력이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꿀벌이 없으면 인간이 4년을 버티기 힘들 듯, 중소 협력사가 없으면 삼성도 4년을 버티기 힘들 수 있다.

삼성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이라는 뼈아픈 사건을 계기로 환골탈태를 선언했다. 이번 기회에 삼성 내부는 물론 협력업체와의 관계도 혁신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100년 뒤에도 협력사와 신뢰로 협업하고 배려하는 기업으로 우뚝 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derrida@sed.co.kr

우승호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