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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정균 “침묵하는 방관자...지금 이 시대가 지렁이 시대”

[인터뷰①] 김정균 “침묵하는 방관자...지금 이 시대가 지렁이 시대”

“침묵하는 방관자를 지렁이로 표현한다면, 지금 이 시대가 지렁이 시대”


영화 ‘지렁이’의 주인공으로 돌아온 배우 김정균은 “지금 이 시대가 지렁이 시대이다”고 말했다.

“밟으면 꿈틀거리는 시대란 뜻만이 아니다. 우린 내 일이 아니면 간과하는 경향이 크다. 내 손가락이 아프면 왜 아프지? 라고 관심을 갖지만 내 주위의 사람이 아프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세월호 문제도 그렇고 탄핵 사건도 그렇고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개탄하고 분노한다. 진짜 정신 똑바로 살아야 한다. 일련의 사태들을 보면 발등에 불 떨어진 이유가 있었구나 란 생각이 들더라. 침묵하는 방관자의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배우 김정균은 “도가니법에 이은 지렁이법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배우 김정균은 “도가니법에 이은 지렁이법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20일 개막한 윤학렬 감독의 영화 ‘지렁이’는 장애우의 아픔과 청소년 왕따 자살 문제를 다룬다. 청소년 성범죄의 피해를 입은 딸 ‘자야’(오예설)를 둘러싼 진실을 밝히고자 울부짖는 장애우 ‘원술’(김정균)의 이야기가 주요 줄기로 펼쳐진다. 이 모든 현실을 하나 하나 기록한 딸, 가해자와 피해자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었던 친구, 뒤늦게 진실을 알아차린 아비의 마지막 외침을 통해 우리 사회를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영화의 미덕은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기 보단 침묵하는 방관자 혹은 대중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는 점. 김정균은 “장애인 및 아동에 대한 성폭행 범죄의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법 개정안인 도가니법에 이은 지렁이법이 나왔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영화가 개봉 후 도가니법이 생겨 장애인들에 대한 처우가 조금이나마 개선이 됐다고 하더라. 집단 따돌림, 성폭력, 거기에다 장애인 차별 대우의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지렁이법이 생겼으면 한다. 영화 속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내 자식도 그렇게 당할 수 있고, 미래의 내 자식들도 당할 수 있는 일이다. 작품을 준비 하면서 판례를 많이 알게 됐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건들이 어마 어마하게 많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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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영화가 품고 있는 메시지와 함께 김정균 배우의 뇌성마비 연기가 화제의 중심에 올랐다. 온전히 역할에 몰입하며 연기를 했다. 이번 영화로 인해 치아가 파열되고 협착증도 얻게 됐다.

“장애인 연기를 하면서 턱이 뒤틀리고 어금니와 어금니가 수업이 부딪쳤다. 거기다 딸의 진실을 알게 된 후 분노에 휩싸이게 된다. 단순이 따라하는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제 나름대로 디테일을 찾기 위해 준비했는데 많이 송구스럽습니다.”

그가 맡은 아비 ‘원술’은 강한 임팩트를 남기는 악역도 아니고 멋스러운 롤도 아니다. 배우에겐 엄청난 고통만 안길 수 있는 역할이다. 유명 배우들 역시 이런 역할 제안이 들어오면 되도록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배우로서의 욕심보다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마음이 끌렸다고 했다.

“이런 역할 제안이 들어오면 ‘못한다’고 거절하는 경우를 많이 봤어요. 사실 이렇게 어둡고 혁명투사 같은 역을 소화 못한다기 보다는 안한다는 게 더 커요. 전 딸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작은 사명감이 생겼어요. 윤 감독의 마음과 제 마음이 통한거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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