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 모 씨는 동료들과 함께 간단하게 점심을 즐기기 위해 편의점에서 가정간편식 제품과 커피를 구입했다. 물건 값을 계산하기 위해 김 씨가 향한 곳은 매대에 있는 점원이 아니다. 편의점 한 쪽에 마련된 셀프 계산대이다. 그가 찾은 편의점은 소수의 재고 관리 인력만 있을 뿐 계산하는 점원은 없다. 본인 스스로 물건 값을 계산하고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즐겼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무인 편의점’이 첫 선을 보인다. 최근 들어 유통 업체를 중심으로 셀프 계산대가 늘고 있지만 무인 계산과 매장 계산 등 두 가지를 혼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르면 상반기 중에 100% 무인 계산 시스템이 도입된 편의점이 등장하게 된다.
26일 롯데그룹 계열 편의점 업체인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르면 올 상반기 중으로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31층에 무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롯데월드타워 스마트점’을 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롯데월드타워 스마트점은 롯데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엘페이(L.pay)’를 사용해 자동 결제가 가능하도록 구성할 것”이라며 “지문으로도 결제가 가능한 구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당 점포 담당자 등 관리 인력은 있지만 계산하는 점원이 없는 ‘무인점포’ 모델이다”고 덧붙였다. 해당 점포는 우선 일반 소비자가 아닌 롯데월드타워에 입주한 사무실 직원들을 상대로 운영된다. 무인 편의점을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위한 사전 성격이 강하다.
롯데월드타워 31층은 사무실 구역으로 아직 공사 중이다. 세븐일레븐 측은 지난 3일 롯데월드타워 그랜드 오픈과 함께 이 점포를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31층 내부 공사가 끝나지 않아 개장 일자를 공사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맞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월드타워의 14층부터 38층은 ‘프라임 오피스(PRIME OFFICE)’ 구역으로 롯데 계열사와 다국적 기업의 사무실이 들어선다. 롯데물산은 지난 2월 19층 입주를 마쳤으며, 롯데그룹 경영혁신실 및 BU, 롯데케미칼 본사도 4~6월 순차적으로 14층부터 18층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한편 자동결제 시스템을 적용한 무인점포 도입은 ‘유통계의 4차 산업혁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12월 미국 시애틀 본사에 무인형 매장 ‘아마존 고’를 열고 직원들을 상대로 시험 운영 중이다. 이 점포에선 카메라, 센서,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매장에 들어서는 소비자가 스마트폰을 문 앞에 설치된 리더기에 스캔하면 문을 나설 때 구입 물품이 자동으로 계산되는 방식이다.
아울러 ‘편의점 대국’ 일본의 편의점 업계도 2025년을 목표로 모든 점포에 ‘무인계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 등 일본 5대 편의점 업체들은 집적회로(IC), 무선주파수(RF) 기술 등을 활용해 소비자가 구입한 물품을 자동으로 계산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유통 업체들도 점진적으로 무인 계산대를 늘리면서 매대 계산을 줄여 나가는 중”이라며 “현재는 걸음마 단계이지만 백화점 등 대형 매장도 무인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