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의 양강 구도가 무너지고 ‘1강(强) 2중(中)’ 구도로 재편되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의 2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대선을 5일 앞두고 안 후보에게 쏠려 있던 50·60대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표심이 홍 후보로 급속히 옮겨가면서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20~40대 유권자는 문 후보, 60대 이상의 장년층 유권자들은 홍 후보 지지로 갈라진 가운데 문재인·안철수·홍준표 후보 모두에게 고른 지지를 보내고 있는 50대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지역별로는 문 후보가 보수 텃밭인 대구경북(TK)을 포함한 거의 모든 지역에서 선두를 달리는 상황에서 강원·제주는 여전히 예측 불가의 박빙승부를 벌이고 있다. TV토론 효과를 등에 업고 지지율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린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지지층의 변심 여부는 대선 막판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내일이 대통령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는 38.0%의 지지율로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문 후보와 양강 구도를 이뤘던 안 후보는 21.0%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치며 1위와의 격차가 17%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반면 홍 후보는 16.8%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안 후보를 오차범위 내로 따라잡았다. 그 뒤를 이어 심 후보가 11.2%,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가 4.0%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최근 안 후보의 2위 자리를 위협하고 있는 홍 후보의 상승세는 이번 여론조사에서도 확인됐다. 홍 후보는 서울경제가 지난달 15~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7.3%)보다 지지율을 두 배 넘게 끌어올렸다. 같은 기간 안 후보의 지지율은 35.6%에서 21.0%로 급락했고 문 후보는 42.6%에서 38.0%로 소폭 하락했다. 심 후보는 3.9%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불과 2주 새 3배 가까이 불어났다.
연령별로는 문 후보가 20대(39.6%)와 30대(58.7%), 40대(48.9%) 유권자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다. 심 후보는 20대에서 안 후보와 홍 후보를 모두 제치고 22.3%의 지지율을 확보하면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반면 홍 후보는 60세 이상(34.3%) 장년층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어냈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60세 이상 유권자의 절반이 지지했던 안 후보는 반토막이 났다. 안 후보에게서 이탈한 장년층 유권자들의 표심이 홍 후보로 갈아탄 셈이다. 2040세대와 60대의 표심이 엇갈린 것과 달리 50대는 문 후보(30.1%), 안 후보(30.0%), 홍 후보(21.5%)에게 고른 지지를 보냈다. 이른바 민주화 항쟁을 주도했던 ‘86그룹(80년대 학번·1960년대생)’이 대거 합류한 50대가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들은 정치적으로는 대통령 탄핵 찬성 등 진보적 성향을 띠지만 경제·안보에서는 보수 성향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지역별로는 문 후보가 보수 진영의 심장인 TK(32.2%)를 포함해 서울(38.0%), 인천·경기(39.1%), 부산·울산·경남(37.5%) 등 거의 모든 지역에서 40% 안팎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다. 홍 후보는 지지 기반인 TK(25.3%)와 부산·울산·경남(21.8%)에서 문 후보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다만 강원·제주 지역은 문 후보(25.6%)와 안 후보(23.7%), 홍 후보(23.3%), 심 후보(15.9%) 모두에게 표심을 골고루 나눠줬다.
한편 이번 조사의 응답률은 28.0%며 신뢰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설문은 유·무선전화에 대해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또한 2017년 3월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자료를 기준으로 지역별, 성별, 연령별 가중치가 부여됐다. 조사기간은 지난 1~2일이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