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이르면 내달 한미정상회담..사드·FTA 등 '패키지 협상' 가능성

文대통령-트럼프 전화통화

취임 첫날 서둘러 통화...조기 만남 필요성 공감대

文 취임사서 "곧 워싱턴 갈 것" 백악관 "협력 고대"

韓美 동맹 강화 속 中설득 쉽지않아 첫 '외교시험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 가진 첫 전화통화에서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과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등을 약속했다.       /EPA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 오후 가진 첫 전화통화에서 양국의 현안 해결을 위한 협력과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 등을 약속했다. /EPA연합뉴스




10일 이뤄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신속한 전화통화에는 북핵·미사일 등 한반도 문제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비용 문제 등 양국 현안을 적극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이 취임선서를 한 지 불과 10시간30분 만에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두 사람 모두 대화의 시급성에 공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날 양국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을 워싱턴으로 조기에 초청해 정상회담을 하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이어 한국의 신임 대통령과 회담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을 포함한 미국의 새로운 아시아 정책 추진의 의지를 대내외에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문제와 양국 현안을 풀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이날 오후 문 대통령은 취임 일성인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조기 방미 구상을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오는 7월7~8일(현지시간)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리는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다자 외교에 나서기 앞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각종 현안을 미리 협의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해석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9일(현지시간) “미국과 한국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양국 간 영원한 우정과 파트너십을 심화하기 위해 문 대통령과 협력하길 고대한다”며 조기 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같은 양국 분위기를 감안하면 이번 전화통화에서 두 정상이 빨리 만나자고 한 것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최근 한미 관계는 북한 문제 등 다자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양국 간 문제로도 대단히 복잡하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사드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사드는 차기 정부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정상 차원의 논의만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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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재협상 또는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안보 비용 문제와 통상 문제를 연계해 한국과 협상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분야 당국자는 “사드·통상·방위비 분담 등 한미 사이의 모든 이슈는 결국 하나의 문제로 다뤄질 것”이라며 “이는 결국 정상외교를 통한 큰 틀의 일괄합의가 이뤄져야 하는 사안”이라고 내다봤다.

두 정상이 이번 통화에서 조속한 만남에 합의함으로써 사드와 통상을 비롯한 양국 현안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문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사드 문제에 대해 “차기 정부에 맡겨주면 해결할 복안이 있다”고 말한 것을 상기하면 이번 한미 정상외교는 문 대통령에게 쉽지 않은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주목해야 할 부분은 문 대통령이 이날 “한미동맹은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한 대목이다. 원만한 한미 관계를 유지해나가는 데 외교의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그러면서도 중국을 설득해 경제보복을 중단시키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중국과의 정상회담도 착실히 준비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문 대통령이 너무 급한 모습을 보일 경우 오히려 외교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 있다는 얘기가 외교가 한편에서 들린다. 특히 미국 정상과의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고 일을 추진할 경우 워싱턴에서 뜻하지 않은 ‘혹’을 달고 귀국해야 할 수도 있다. 과거 정권에서도 쇠고기 수입 문제 등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국 측이 난제를 떠안은 경우가 있었다.

서울시내 사립대의 한 교수는 “사드 비용 등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대한 확실한 답을 준비하는 것은 기본이고 예기치 않은 추가 요구가 나올 가능성에도 대비해 다양한 예상답안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뉴욕=손철특파원 맹준호기자 hbm@sedaily.com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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