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바이오

"수술 없이 이식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국산이 최고인데…"

태웅메디칼과 공동개발·임상시험 완료 김기범 교수

"접으면 직경 0.58㎝…가장 가늘어 시술하기도 수월

中정부·기업 공격 행보에 '세계 첫 제품' 놓칠 우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태웅메디칼과 공동 개발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구조물과 중국 기업 비너스메디텍(계명의료)이 개발한 구조물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태웅메디칼과 공동 개발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구조물과 중국 기업 비너스메디텍(계명의료)이 개발한 구조물의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접혀진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직경 0.58㎝)를 선천성 심장질환자의 사타구니 정맥을 통해 밀어넣은 뒤 우산처럼 펼쳐(직경 2.8㎝) 고장난 판막을 대체하는 임상시험을 성공적으로 마쳤습니다. 자체 개발한 인공판막과 관련 특허를 이전받은 태웅메디칼의 스텐트 기술이 결합돼 성능과 시술, 10년 뒤 재시술의 편의성 등에서 임상시험 중인 중국·미국 기업의 것보다 한수 위에 있습니다.”

김기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22일 기자와 만나 정년퇴임한 김용진 전 소아흉부외과 교수와 자신이 개발한 폐동맥 인공판막을 태웅메디칼의 그물 모양 원통형 스텐트에 꿰매 고정시킨 구조물의 성능우위를 자신했다.

하지만 “든든한 자금력과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기업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걱정도 된다”며 긴장감과 우려의 끈을 놓지 않았다. 중국 정부와 비너스메디텍(계명의료)의 공격적 행보 때문에 자칫 ‘시판허가를 받은 세계 첫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이라는 영예를 놓치고 글로벌 리딩 제품으로서 탄탄한 입지를 다지는 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어서다.

온몸을 돌고 심장으로 돌아온 혈액은 폐동맥을 거쳐 폐에서 산소를 충전한다. 그런데 심장과 폐동맥의 경계에 있는 판막이 선천성 심장질환으로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역류가 일어나고 오른쪽 심장이 무리해가며 더욱 강하게 펌프질 하느라 비대해지고 심하면 호흡곤란·현기증·흉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선천성 심장질환자의 6% 안팎은 우심실 비대, 폐동맥 입구가 좁거나 좌우 심실 중간벽에 구멍이 나는 등 네 가지 문제(팔로 4증후·Tetralogy of Fallot)가 겹쳐 폐에서 충분한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입술·손발톱 등이 푸른 빛을 띄고 숨을 가쁘게 쉬거나 실신까지 하는 청색증이 오기 쉽다.


김 교수는 폐동맥 판막이 제 기능을 못하는 선천성 심장질환자 10명(13~36세)에게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을 이식하는 임상시험을 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가슴을 열고 심장을 정지시킨 뒤 인공판막을 꿰매 고정시키는 수술과 달리 전신마취나 중환자실을 거칠 필요가 없다. 가슴에 수술 흉터가 남지도 않는다. 환자들은 일반병실에서 4일 안에 퇴원했고 회복도 빨랐다. 6개월 간 추적관찰한 결과 심각했던 역류가 거의 사라지고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졌던 우심실의 부피는 평균 32% 줄었다. 돼지의 심장 외막을 특수처리한 덕분에 이식 후 면역거부 반응 등 별다른 합병증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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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웅메디칼의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위), 심장의 구조(아래). /사진=서울대병원, EBS와 두산백과사전(doopedia)에서 캡처.태웅메디칼의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과 스텐트(위), 심장의 구조(아래). /사진=서울대병원, EBS와 두산백과사전(doopedia)에서 캡처.


김 교수는 “임상시험 중인 미국 메드트로닉의 인공판막은 소의 목 정맥을 가공, 펼치더라도 직경이 2.2㎝에 그쳐 환자의 15%에만 이식할 수 있고 접힌 상태의 스텐트직경이 0.8㎝로 굵어 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며 “과거 우리에게 기술수출을 제안하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중국 비너스메디텍의 스텐트에 대해서는 “레이저로 금속을 깎아 만들어 딱딱하고 접힌 상태의 굵기와 높이가 0.7㎝, 5㎝로 우리 것(0.58㎝, 3.2~3.8㎝)보다 커 시술하는 데 부담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비너스메디텍은 지난 4월 대동맥 인공판막과 스텐트에 대해 중국 식품의약청(CFDA)으로부터 시판허가를 받았다. 폐동맥 인공판막과 스텐트는 임상시험 중이다. 지난해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3,700만달러를 투자, 연구개발 및 제품 상업화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중앙정부는 5년 단위 프로젝트로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혁신적 의료기기 특별승인 절차’를 가동해 조기 시판허가를 해줄 계획이다. 저장성 정부도 이 회사를 항저우로 유치하고 저장의대 제2부속병원과 심장판막연구소를 공동 설립하는 데 다리를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너스메디텍은 이처럼 든든한 전방위 지원 덕에 세계 각국의 유명 심장전문의들을 지원군으로 끌어들이고 올해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소아·성인 심장중재술 심포지엄(PICS-AICS) 때 칠레에서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시술을 하는 영상을 보여주며 임상 결과를 발표하는 등 일찌감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면 우리 제품은 김 교수가 국제학술대회에서 임상 사례를 발표하는 정도일뿐 아직 해외 시술 사례가 없다.

김 교수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희소 의료기기’ 시판허가를 신청하기 위해 임상시험 결과를 정리하면서 관련 논문도 쓰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세계 첫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 제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풍선을 팽창시켜 인공심장판막 스텐트를 확장·고정시키는 미국·유럽의 풍선형 제품은 크기가 제한돼 수술로 판막이식을 받은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는데 향후 개당 3,000만원가량에 수입될 것”이라며 “국민 의료비 절감과 유망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소아·성인 심장중재술 심포지엄(PICS-AICS)에서 중국 비너스메디텍의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비너스메디텍 홈페이지올해 1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미국 소아·성인 심장중재술 심포지엄(PICS-AICS)에서 중국 비너스메디텍의 자가확장형 폐동맥 인공심장판막에 대한 발표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비너스메디텍 홈페이지


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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