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신건강 수준이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 근로자 7명 중 1명은 심각한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조사됐다. 정규직 근로자에 비해 1.67배 높은 수준이다.
함병주 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한규만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 연구팀은 2010~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19세 이상 임금근로자 6,266명(비정규직 3,206명·정규직 3,060명)을 대상으로 우울증과 자살 충동 경험 여부를 조사했다고 23일 밝혔다.
우울증 유병률은 지난 한 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일으킬 만한 수준의 우울한 기분이 2주 이상 지속된 경험이 있을 때로 규정했다. 자살 충동 경험은 한 해 동안 심각하게 자살 시도를 고민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우울증 유병률은 13.1%에 달했다.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7.8%였다. 자살 충동 경험의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는 13.6%가 ‘자실 시도를 고민한 적 있다’고 답했다. 정규직 근로자는 8.0%로 나타났다. 우울증 유병률과 자살 충동 경험 모두 정규직 근로자 대비 비정규직 근로자가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한 교수는 “실제 유병를뿐 아니라 위험도를 측정했을 때 비정규직 근로자의 우울증 발병 위험도는 정규직 근로자 대비 1.32배”라며 “자살 충동의 경우 비정규직 남성과 소득이 낮은 계층에서 더욱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비정규직 근로자가 느끼는 고용 불안정성, 낮은 임금 수준, 위험한 근로환경 등이 우울증과 자살 충동 경향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함 교수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신건강 측면에서 열악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관련 정책 입안자나 기업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신건강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은지 인턴기자 ej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