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르 클레지오 “서울은 상상력과 감성이 충만한 문학의 도시”

서울의 소시민들과 전설둘을 재구성해 '빛나 언더 더 스카이' 집필

'민족주의는 문학의 적'이라 말하기도...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차 내한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운데)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영탁 기자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가운데)가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우영탁 기자




“안녕하세요.”

백발의 프랑스 신사는 23일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에서 기자들에게 한국어로 인사를 건넸다.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다. “한국은 제2의 고향”이라고 스스로 말할 정도로 대표적 지한파로 꼽히는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서울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 ‘빛나 언더 더 스카이’를 다음 달 중에 탈고할 계획이라 밝히며 “서울은 상상력과 감성이 충만한 문학의 도시”라고 평했다.


집필 계기를 묻는 질문에 그는 “한국, 서울만의 문학적 정체성이 분명히 있다”며 “서울에서 보고 느낀 것에 상상력을 가미해 창조적으로 서울을 묘사했다”고 밝혔다. 구성도 독특하다. 한 여성이 전신이 마비돼 움직이지 못하는 다른 젊은 여성에게 서울의 삶에 대해 들려주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는 “이 책은 사실적인 여행기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은 하나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도시다”고 운을 뗀 그는 “서울의 소시민, 이를테면 점쟁이·상자를 줍는 할머니 등에 관심이 많다”며 “이런 소시민의 이야기와 귀신이나 선녀 이야기와 같은 전설을 혼합해서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을 소재로 한 소설 중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감명 깊게 봤다는 그는 “서울의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적으로 다양한 계층의 시민이 살고 있다.”며 “이 다층성에서 이야기와 신화가 창조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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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학의 가장 큰 위협은 ‘민족주의’라고 했다. ‘애국주의’의 부정적인 성향이 ‘민족주의’라고 용어를 정의한 그는 “문학은 외부의 경향과 사고에 개방되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혹시나 한국 문학을 위협하기 때문에 타 문학 수용을 거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위험한 일”이라며 “문학은 타자를 사랑하고 생각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젊은 작가는 이런 민족주의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김애란과 한강을 언급했다. 사람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감성으로 글을 쓴다는 점에서다.

공교롭게도 프랑스와 대한민국은 거의 비슷한 시기에 대선을 치렀다. 이에 대한 물음에 그는 “한국은 평화적인 방법을 통해 새 시대의 열망을 표출했지만 유럽은 반동적이고 인종차별주의가 드러나는 등 민족주의의 가장 나쁜 단점만 나타나고 있다”며 “젊은 정신이 발휘되고 있는 한국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밝혔다.

르 클레지오는 이날부터 열리는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석해 마지막 날인 25일 ‘시장 속의 문학’이란 주제로 기조발언을 할 예정이다. 그는 발제문에서 “우리 시대 문학의 특성은 문학의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기술의 발전으로) 문학이 마치 과거의 커다란 시장처럼 교류와 발견의 장소가 되었다”고 오늘날 문학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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