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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사자는 사람을 공격하나?

식인 사자의 치아를 연구해 얻은 새로운 사실들

▲ 존 패터슨과 차보 식인 사자▲ 존 패터슨과 차보 식인 사자



1898년 어느 영국 신문은 케냐의 차보 협곡에서 진행 중이던 철교 공사가 돌연 중단되었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원인은 두 마리의 사자였다. 이들이 철교 공사를 하던 노동자들을 공격해 잡아먹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는 잡혀 먹힌 노동자들은 물론 공사를 감독하던 영국군에게도 불행한 일이었다. 결국 존 패터슨 중령이 사자 사냥에 나서 두 마리 모두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공로로 그는 어떤 디너 파티에서건 스타 자리를 차지했다. “오 버티, 여우 사냥 좀 해봤나? 음, 잘 했군. 내가 식인 사자 2마리 잡은 얘기 해 줬던가?”



패터슨은 이 사냥으로 돈도 벌었다. 자신의 사냥 체험을 생생하게 기록한 책을 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자던 텐트 밖에서 사자들이 사람을 잡아먹어 뼈를 부러뜨리고, 무서운 그르릉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고 기록했다. 그는 잡은 사자를 시카고의 필드 박물관에 팔았다. 박물관은 사자를 박제 처리해 전시했으며, 이 사자들은 오늘날까지도 철저한 연구를 받고 있다.


그런데 지난 4월 19일 <사이언티픽 리포츠> 지에 게재된 연구 논문에 따르면, 패터슨의 주장에는 과장이 섞여 있을 수 있다고 한다. 패터슨은 이들 식인 사자가 130여명을 죽였다고 주장했으나, 예전의 연구를 통해 식인 사자들이 실제로 죽인 사람의 수는 35명 정도라는 것이 드러났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패터슨이 들었다던 뼈 부러지는 소리가 과연 사실인지 의심하고 있다. 새로운 연구 기법을 사용해 사자 치아의 미세 흠집을 정밀 조사했기 때문이다.


이 연구의 공동 저자인 브루스 패터슨(존 패터슨 중령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인물이다)은 “무려 100여년 전에 살았던 사자가 왜 사람을 공격했는지 추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과학적 표본 분석을 하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필드 박물관에는 현재도 이 사자들의 유골이 보존되어 있다. 덕분에 100년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이 유골들을 연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브루스 패터슨은 필드 박물관의 맥아더 포유류 학예사로 다년간 이 사자들을 연구해 왔다. 지난 2000년 그는 사자의 치아에서 흠집을 발견했는데, 이 때문에 사자의 주식인 가젤 등의 동물을 먹지 못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다.


가젤을 먹으려면 턱에 큰 힘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치통을 앓던 사자들은 더 연한 표적, 즉 인간을 공격해서 먹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사자들은 인간까지 공격해서 잡아먹을 정도로 굶주린 상태였는가? 역시 치아에 난 흠집을 조사해 보면 그렇지도 않았던 것 같았다.


▲ 차보 식인 사자의 두개골▲ 차보 식인 사자의 두개골


고생물학자 라리사 드산티스는 멸종된지 오래 된 검치호, 아메리카 사자, 다이어 울프 등의 치아 화석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치아 화석에 난 흠집을 통해, 이 동물들이 생전에 먹은 음식이 무엇인지 추측하고 있다.



그는 현존하는 동물들의 치아도 관찰하고 있다. 치아 표면의 미세한 마모 흔적을 보면, 이 동물이 살코기만 먹었는지, 뼈가 붙은 고기를 먹었는지를 알 수 있다. 드산티스는 실제 치아, 또는 복제한 치아를 100배로 확대해 스캔하고, 그 결과물을 프로그램에 입력해 법랑질에 생긴 흠집이 일관성이 있는지, 불규칙한지를 살핀다. 또한 치아 표면에 난 구멍과 상처도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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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 결과 뼈에 붙은 고기를 통째로 먹는 하이에나의 치아는, 뼈에서 고기를 발라내어 먹는 치타의 치아에 비해 미세한 구멍과 상처가 많다. 드산티스에 따르면 현존하는 사자의 치아는 하이에나와 치타의 중간 정도 수준의 구멍과 상처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가 조사한 식인 사자(지난 1991년 잠비아 음푸웨에서 6명을 죽인 개체 포함)의 치아를 보니, 표면의 손상 상태는 사육되는 사자 쪽과 비슷했다. 사육되는 사자는 뼈가 미리 제거된 연한 고기를 먹는다. 식인 사자의 치아 역시 뼈까지 먹었다고는 말할 수 없는 상태였고, 사람의 살과 같은 부드러운 조직을 주로 먹은 상태였다.


사자가 식인을 한 이유를 분석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사자들이 극도의 굶주림에 시달렸던 것 같지는 않다. 만약 그랬다면 사자들은 기존의 먹이를 한 조각도 남기지 않고 먹어 치웠을 것이다. 그러나 식인 사자들은 대신 쉽게 구할 수 있는 대체 먹이인 인간을 선택했다.


드산티스는 말한다. “인간을 공격해 먹으면 사자들의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분명 인간은 사자의 주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자가 먹으면 안 되는 생물도 아니다.”


차보와 음푸웨 말고도 식인 사자들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1990년부터 2004년 사이 탄자니아에서는 563명이 사자의 공격으로 죽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인간과 사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사자가 이 상황을 이용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어졌다.


드산티스는 말한다. “사자의 원래 주식은 줄어드는데, 주변의 인간들은 늘어나고 있지 않은가.”


드산티스는 차보, 음푸웨 등 과거의 표본을 분석하면, 연구자들은 포식자들의 선호 먹이가 시대에 따라 변해왔으며 인간의 활동이 그 변화에 영향을 주어 왔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박물관에 전시된 동물 표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 기술로 표본에서 정보를 얻지 못해도, 미래에는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드산티스의 말이다. “이 표본들이 100년 전 필드 박물관에 팔려왔을 때는 이런 기술이 없었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Mary Beth Griggs

Mary Beth Grig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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