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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나이가 워싱턴으로 가는 이유

과학도 때로는 정치적이어야 한다!




빌 나이는 첫 공식 <지구의 날>을 기억한다. 1970년 4월 22일이었다. 그 날 상원 의원 게일로드 넬슨은 환경 토론회를 열었다. “그 때 나는 워싱턴에 가서 국기 게양대에 모터사이클을 묶었다. 요즘 비슷한 짓을 했으면 경찰서 갔을 것 같다.”


<사이언스 가이(과학 사나이)>인 빌 나이에게 올해의 지구의 날은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과학자이자 교육자인 그는 지난 1990년대 아동 교육 프로그램에 출연해 큰 인기를 얻었다. 올해 지구의 날은 넷플릭스에서 방영되는 그의 새 프로그램 <빌 나이가 지구를 구한다(Bill Nye Saves The World)>의 시사회 다음 날이다. 그리고 모터사이클을 묶어 놓을 곳을 찾아야 했던 1970년과는 달리, 올해 지구의 날에 그는 <과학을 위한 행진(March For Science)> 첫 행사의 부의장으로 나올 것이다.



<과학을 위한 행진> 행사는 시위, 행진, 토론회를 모두 겸하고 있다. 이 행사가 만들어진 이유는 과학 기반 정책을 불신하는 사람들이 과학적 사실을 자꾸 정치적으로 해석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본지는 최근 연재했던 환경보호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다룬 기사를 통해 과학적 탐구를 당리당략적 시각으로 보는 데서 생기는 위험을 다루었다. 그러나 22일의 행진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그 목적에 정확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버즈피드>의 아진 고라이시가 보도했듯이, 이 행진 계획은 과학계의 다양성 증진을 위해 감안해야 할 것들 끼리의 내분으로 가득하다. 과학계의 여성 문제, 유색인종 문제, 장애인 문제, 성소수자 문제, 외국 이민자 문제 등에 비하면 이 행사의 원 취지는 하찮아 보일 정도다. 하지만 이번 행진에서 그런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까지 공식적으로 지지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당파적 논쟁이 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은 밖으로 밀어 놓고 과학을 비정치적인 성역으로 남겨 두어야 하는가?


나이는 그런 문제에 대한 입장을 길게 말하려 하지 않았다. 물론 과학이 더 큰 다양성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는 바로 이야기했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는 한 가지는 분명히 했다. 과학은 당리당략이 아닐 수도 있지만, 대단히 정치적인 것임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는 그런 생각을 유지해 왔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과학은 언제나 정치적이었다. 우리는 과학이 법과 정책의 지침이 되기를 바란다. 지금도 사실이 아닌 직관에 의거해 정책을 세우려는 풍조가 있다. 그러나 멈춰서 잠시만 생각해 보면, 누구도 그런 정책을 원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유감스럽게도, 우리 부모님이 자주 말씀하셨듯이 상식은 의외로 상식적이지 못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학 기반 정책을 폐기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문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나이는 과학을 무시하는 풍조가 꽤 오래 전부터 강화되었다고 보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 변화는 없다고 믿는 사람들이 2016년 11월에 갑자기 생겨나지는 않았다. 과학 연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새 넷플릭스 방송 역시 대통령 선거 한참 전부터 착상되어 제작되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저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할 거라고 생각하는 방송을 만들 뿐이다. 그리고 나는 이 방송이 과거의 그 어느 방송보다도 자랑스럽다.”



22일에 행진할 과학자들과 과학 팬들은 각자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과학계 내의 성 평등을 위해 행진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미국이 앞으로도 국경을 계속 열어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을 계속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매우 중요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들이 자신의 안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임을 전 세계에 알릴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현재 연구비가 끊길 위기에 처한 지구 과학 연구에 예산을 계속 지원해 달라고 호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 행진의 후원자 중 아마도 가장 유명한 인물일 나이는 <미국이라는 실험>이 계속되는 것이야말로 자신의 가장 큰 목표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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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국을 건국한 사람들을 일종의 <너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독특한 속성을 지닌 정부를 설계하고, 그 정부를 통해 결과물들을 얻어내고, 계속적인 동료 검토에 따라 정부의 속성을 바꿔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선지 요즘 미국 정부는 그런 <너드> 기질을 잃어가고 있다. 지속적인 변화를 과학적으로 시도하는 태도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이번 행진을 통해, 미국은 다름 아닌 기초연구를 통해 인공 지능, 우주 비행, 암 치료, 환경 보호에 이르는 모든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깨우치고자 한다.


나이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앞으로도 미국이 세계를 선도하는 국가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러려면 과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과학’이라는 말에 ‘사실’이라는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은 ‘절차’다. 우리는 그 절차의 속성을 알고 있다. 그 절차는 계속적인 보정을 통해 스스로를 계속 바꾸어 나간다. 그리고 그 절차를 통해 알아낸 사실이야말로,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나이는 미국 대통령이 가장 뛰어난 과학 기술에 기반해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는 모두가 그 점을 깨우치기를 바라고, 그것을 위해 움직이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이렇게 말한다. “스스로 바꾸어 나갈 것 말고는 인생에는 아무 것도 기대할 것이 없다.”



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편집부 / by Rachel Feltman

Rachel Felt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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