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일자리·저출산사업 예산 한도 없앤다

내년부터 상향식 편성

"고용·복지 재원 확충"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저출산 등 주요 국정과제에 대해서는 부처별 예산 한도 등에 구애받지 않고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고용과 복지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기 위해 재원부터 충분히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관계자는 25일 “핵심과제에 대해서는 관련부처가 충분히 협의한 뒤 예산 한도에 얽매이지 않고 재원을 확보하는 일종의 상향식 예산편성 방식을 부분적으로 도입하겠다”며 “당장 내년 예산부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방식을 적용할 국정과제를 현재 선정 중이지만 일자리와 저출산 분야는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진표 국정기획위 위원장이 지난 24일 “새 정부는 고용-복지-성장의 골든 트라이앵글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는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내년부터 예산편성 방식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현재 우리 정부의 예산 편성 방식은 ‘총액배분자율편성’ 방식이다. 기재부가 국가 재정의 총 지출 한도와 각 부처별 예산 한도를 정해 내려 보내면 부처들이 그 범위 안에서 예산을 요구한다. 물론 이때 예산 한도는 아주 강제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국가재정법에도 ‘기재부 장관은 중앙관서별 지출 한도를 통보할 수 있다’라고만 규정돼 있고 실제 예산 편성 과정에서도 한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부처 입장에서는 지출 한도가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는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총액배분자율편성제가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정말 필요한 분야의 재원 확보를 막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문재인 정부는 특히 일자리와 복지가 중요한 국가적 과제임에도 기존 예산 편성 관행으로 원활한 투자가 안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우리나라의 복지 재정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1.0%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적어도 일자리나 복지 정책은 기존 예산 편성 관행에 얽매이지 않고 재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정한 이유가 여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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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기획위 방침에 따라 일자리와 복지예산 규모는 상당폭의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약상으로도 복지의 경우 1년에 18조7,000억원, 5년간 총 93조5,000억원, 일자리는 공공 부문에서만도 연평균 4조2,000억원, 총 2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문제는 이렇게 일자리·복지 지출을 예산 한도 제약 없이 늘리면 국가 재정 건전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일자리·복지 예산을 편성할 때 관련부처가 협의하기 때문에 유사·중복 사업이 정리되는 등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마냥 재정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보다 종합적인 방책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종규 한국재정학회장은 “기존에 일자리·복지 사업을 전면적으로 조사해 별 효과도 없지만 관행적으로 하는 사업, 불필요한 사업 등을 걸러내는 재정개혁 작업과 추가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세제개혁 등이 동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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