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글로벌 현장에서] 중국 기업인과 위챗 친구 맺었나요

김명신 KOTRA 다롄무역관장

위챗, 사적 대화·연락 수단 넘어

中 기업인에 '신 관시' 자리매김

사드 한파에 개별 접촉 더 중요

'어려울 때 친구'로 신뢰 다져야

김명신 KOTRA 다롄무역관장김명신 KOTRA 다롄무역관장


중국 기업인들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상대방이 비즈니스를 논할 만한 사람이거나 앞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을 만하다고 판단하면 우선 중국 메신저 위챗에 친구 추가부터 한다. 비즈니스 미팅 중간에 상대가 위챗 아이디를 묻거나 개인 식별 위챗 QR코드를 스캔하겠다고 하면 앞으로 지속적으로 비즈니스 친구 관계를 맺고 싶다는 명확한 신호로 이해하면 된다. 중요한 사람에게는 위챗 친구 추가를 하고 나서 제대로 연결됐는지 그 자리에서 간단한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보내 서로 파이프라인이 잘 뚫렸는지 확인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는다. 위챗 모멘트로 자신의 일상생활과 관심사항·사업거리를 꾸준히 공유해 온라인 인간관계망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중국 기업인에게 위챗은 시간과 비용이 드는 대면 접촉을 하지 않고도 신뢰에 바탕을 둔 비즈니스 관계를 꾸준히 이어가게 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중국에는 ‘친구가 한 명 더 생기면 새로운 길이 하나 더 생긴다(多一個朋友 多一條路)’는 말이 있다. 중국인에게 친구는 자신을 지켜주는 사회적 안전망이자 비즈니스 조력자의 역할을 한다. 중국 기업인에게 위챗은 사적인 대화와 단순한 업무연락 수단을 넘어 자기가 구축한 사회적 안전망을 견고하게 유지하고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는 신(新) 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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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있는 랴오닝성 다롄시는 중국 북부의 항구도시로 동북3성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중국에서도 비교적 잘사는 편에 속해 소비력도 크다. 하지만 이곳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한국 상품의 판매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입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기업들도 나오고 있다. 한국상품전 등 큰 규모의 무역행사 개최가 어려운 지금 필자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중국 기업을 직접 찾아가 관계자를 만나는 것이다. ‘어려울수록 더 많이 만나라.’ 이것이 필자가 현 상황을 극복하는 방법이다. 많이 만나다 보니 길이 보였다. 다롄의 몇몇 유통기업은 한국 상품을 수입해 자기상표(PL)를 붙여 판매하겠다고 했다. 그중 한 기업은 지난해 한국의 조미료 생산공장을 방문했는데 실력 있는 회사였다며 손가락을 추켜세웠다. “한국 회사 사장이 참 좋은 사람이었죠”라며 같이 찍은 사진을 휴대폰에서 찾아 보여주기도 했다. 지금은 섣불리 움직일 시기가 아니라 잠시 중단했지만 상황이 좋아지면 다시 연락할 것이고 한국 제품 찾는 것을 도와달라고 했다. 면담이 끝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에게 위챗 친구 신청을 받았다. 필자 역시 바로 승인 버튼을 꾹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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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소비재 수입을 오히려 늘리겠다는 기업도 있다. 다롄의 유명한 전자상거래 기업은 상황이 어떻든 새로운 한국 소비재를 계속 발굴해 구매하겠다며 품질과 아이디어가 좋은 한국 중소기업 제품을 가급적이면 빨리 소개해달라고 했다. 이달 한국 출장에서 다롄무역관이 알려준 한국 기업의 생산공장을 가보고 제품만 괜찮으면 수입할 계획이다. 제품을 띄우는 것은 문제없고 홍보도 알아서 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중국 기업은 우리 중소기업 제품을 중국에서 히트시켜 우리 기업의 직원 수를 10배로 늘려놓았다. 다롄 기업을 위해 만든 온라인 기업간거래(B2B) 수출 사이트에 한국 기업들도 입점할 수 있도록 온라인 한국관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중국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그들도 힘들어하고 있고 상황이 빨리 나아져 한국과의 비즈니스를 활기차게 재개하기를 원한다는 것을 느꼈다. 대형 행사를 개최하기가 어려운 지금으로는 어느 때보다도 개별적 접촉이 중요하다. 중국에는 ‘일이 없으면 밥이나 먹고 일이 있을 때는 일을 한다(沒事吃飯有事辦事)’는 말이 있다.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부단히 공을 들인다는 얘기다. 때가 도래하기를 기다려 바로 움직일 수 있도록 몸을 만들고 대비하는 시기,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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